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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가지 질문으로 알아보는 중국경제

완독일
2021/01/25
카테고리
경제
중국
작가
아서 크뢰버
출판사
시그마북스
리뷰
4 more properties

제1장 서론: 중국의 정치 경제

1979년 중국 중앙 정부의 계획 수립 담당자들이 배급을 관리하던 품목은 600개 정도였고 가격은 몇천 달러 남짓이었지만 소비에트 연방의 경우 중앙 정부의 담당자들은 6만 개의 품목,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가격의 품목 배급을 결정했다. 중국의 지방 정부는 주요 필수 품목의 배급에 상당한 자율권을 지니고 있었다. 1970년대 후반 중국의 지방 정부는 시멘트의 50퍼센트, 석탄의 40퍼센트, 그리고 강철의 25퍼센트를 배급했다. 소비에트 연방의 경우 주요 품목의 배분은 거의 100퍼센트 중앙 정부의 결정에 따랐다.
이상의 내용에서 중국 정부의 통치 방식에서 역설적인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정치적으로 확실하게 중앙집권화된 일당 권위주의 국가이면서 경제적으로는 역동적이고 지방분권화된 모습이다. 근대 사회에서 이런 조합이 오래 지속된 예는 없었다.
경제 성장과 엄격히 통제하는 정치 구조가 치명적인 모순을 일으키리라는 서양의 분석과 달리 중국의 지도자들은 이 둘을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생각했다. 분산적으로 일어나는 경제 활동에 엄격한 정치적 통제를 가함으로써 체제에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빠른 경제 성장이 높은 생활 수준이라는 ‘선을 가져왔다’는 측면에서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을 강화시켜 준다. 통치 정당성이 강화되면 중국 공산당이 가진 권력은 더욱 안정화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다른 지배 체제에 높은 정치적 위험성을 느껴 공산주의 외의 다른 정치 체제를 찾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학자들은 소비에트 연방의 공산당이 붕괴한 이유를 크게 네 가지로 결론지었다. ● 경제가 충분히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못했고, 이는 국민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경제 성장에 실패한 이유는 시장 경제 메커니즘을 충분히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 소비에트 연방 공산당의 선전과 정보 체제가 너무 폐쇄적이고, 이념적으로 엄격해서 관료들이 소비에트 연방의 내·외부 상황에 대해 시의적절하게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2021.01.06.
첫째, 중국의 정치 체제는 관료권위주의적bureaucratic-authoritarian이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과 달리 중국은 민주 국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이 독재 국가인 것도 아니라는 의미이다
2021.01.06.
하지만 중국 정부는 전통적인 언론 매체는 물론 온라인 미디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도 견뎌내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기반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지방 정부가 감추려 하는 문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면 인터넷 언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중앙 정부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21.01.06.
2004년 국제통화기금IMF의 연구에 따르면 1972년에서 2000년 사이에 이 비율은 평균적으로 민주주의 국가에서 25퍼센트, 비민주주의 국가에서 18퍼센트였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1958년에서 2002년 사이에 이 비율이 평균 54퍼센트에 달했고,이후로도 점점 증가하여 2014년이 되자 85퍼센트라는 엄청난 기록이 세워졌다.
2021.01.06.
동아시아의 3개국인 일본, 한국, 대만은 선진국의 자기 본위적 자유시장주의에 고개 숙이기를 거부했지만(어쩌면 거부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20세기 후반에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루어냈다.

왜 동아시아만. 동아시아를 관통하는 뭔가 있다. 그렇게 좋은 제도가 동북아에서만 작동한 원인은 역사깊은 행정력
2021.01.07.
일본, 한국, 대만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다. 그래서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기술 지원과 교육 교류의 기회를 얻었고, 무엇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별다른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다. 이 때문에 외국 기업을 국내에 유치하지 않아도 자국의 기술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재정적·지적 자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사정은 달랐다.
2021.01.07.
1970년에서 2010년 사이에 미국에 비례하여 1인당 국민소득을 10퍼센트포인트 이상 증가시켰던 국가는 오직 14개뿐이었다. 그중 7개는 유럽 및 그 주변 국가들로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경제적 호황, 그리고 유럽연합 안에서 꾸준히 진행되던 경제 통합 움직임에 따라 파급 효과의 수혜를 입은 나라들이다. 또 다른 나라로는 이스라엘이 있다. 이스라엘 또한 유럽에 근접해 있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경제적 혜택을 입었을 것이다. 그 외 나머지 6개 국가는 전부 동아시아에 모여 있다.
2021.01.07.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저스틴 린은 원자바오 총리의 표현을 즐겨 인용하는데 이 표현에 중국의 상황이 잘 요약되어 있다. “어떤 문제라도 거기에 중국의 인구수를 곱하면 그 문제는 아주 큰 문제가 된다. 하지만 중국의 인구수로 문제를 나누면 아주 작은 문제가 된다.”
2021.01.09.
중국에서는 낭비와 비효율성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래서 외부인들은 중국 경제에 곧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그 이유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낭비의 수준을 잘못 파악해서가 아니다. 다만 중국 정도 크기의 나라에서는 삶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실질적인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낭비가 생겨날 수밖에 없고 이것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들이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1.01.09.
1970년대 후반 이래로 중국이 추구하는 기본적인 경제 전략은 다음의 두 모델을 합친 것이다. 국가 주도로 산업을 육성하는 ‘동아시아 발전’ 모델과 기존의 공산주의 중심의 계획경제 체제에서 시장경제 체제 중심으로 서서히 변모하는 ‘과도기’ 모델이다
2021.01.10.
하지만 개혁 시대가 시작된 후 지난 35년간 중국의 지도자들은 둘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 잡기를 보여 주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시진핑 주석이 경제 성장을 희생하는 대신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킨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1.01.10.
농가의 토지 소유권이 강화되자 농민들에게는 오래 쓸 수 있는 비닐하우스나 고급 관개 시스템처럼 값비싸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투자를 단행할 유인이 커졌다. 또한 토지 소유권이 강화된 덕분에 이웃해 있는 농지 여러 개를 전대하여 사용하는 농업 경영이 가능해졌고, 대규모 기계식 영농을 시작할 수 있었다.9
2021.01.11.

제2장 농업, 토지, 농업 경제

이처럼 특정 땅을 경작할 수 있는 권리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불확실했기 때문에 농민들은 땅에 큰 자본을 투자하기를 꺼렸다.
2021.01.11.
도시 지역의 땅은 국가가 소유하며 마찬가지로 농촌 지역의 땅은 마을 공동체가 소유한다. 도시 가구가 집을 구매할 때는 장기 임차권, 보통 70년 동안의 이용권을 구매한다.11 임차 기간이 더 길다는 점을 제외하면 농민이 30년간 농지를 이용할 권리를 받는 제도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 양쪽의 차이는 엄청나다. 농민은 농지의 용도를 변경하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을 부르는 사람에게 절대 토지 이용 권리를 매도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은 농지의 경작권을 전대하는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도시의 주택 소유자는 주택에 대한 권리를 누구에게나 팔 수 있고, 시장에서 매매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를 받고 팔든 상관없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점점 유입되면서 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거의 대부분 상승했고, 도시에 집을 소유한 사람은 완전히 자유롭게 시세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게다가 중국에는 양도소득세가 없기 때문에 집을 매도하면서 얻은 수익은 전부 매도자가 가진다. 또한 농민은 자가 경작을 위한 땅에 대한 권리만을 가질 수 있지만 도시 거주민은 지불할 능력만 있다면 집을 몇 채든 살 수 있다. 그래서 월세 소득을 얻거나 소규모의 사업 자금을 대기 위한 대출 담보로 설정할 수도 있다.

소유권이 제한된 3기 신도시의 미래
2021.01.11.
중국의 도시와 농촌 사이에 나타나는 엄청난 자산과 소득 격차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와 같은 부동산에 대한 재산권의 불평등일 것이다.
2021.01.11.

제3장 산업과 수출 경제의 부상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서 이야기하면 중국은 아마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1,000년쯤 전에 누리던 세계 제조업과 교역 중심지로서의 역할을 다시 찾은 것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제사학자들에 따르면 1800년까지 중국은 세계 국내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유럽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교하게 발달된 시장 중심의 생산 및 교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그리고 견직물이나 도자기 같은 전근대 시대 상품의 세계 교역을 지배하고 있었다.2
2021.01.11.
타이밍 : 중국이 통상 교역의 문을 개방하려고 했던 때는 마침 1950년대에 나온 선박용 컨테이너가 이제 막 글로벌 생산망을 탄생시키려는 순간이었다는 점에서 중국은 운이 좋았다. 선박 컨테이너는 전 세계 여러 나라를 가로질러 이동하며 장거리 운임을 큰 폭으로 감소시켰다. ● ‘킬러 앱killer app(핵심 기술을 사용한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콘텐츠, 상품-역주)’ : 1980년대 후반 중국과 문화적으로 유사한 대만에는 수준 높은 전자 산업이 확고히 자리 잡았고, 대만의 많은 업체들이 1990년대 후반 집단적으로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면서 중국에는 거의 한 순간에 세계적 수준의 전자 제조업 기반이 생겨났다.
2021.01.11.
일본, 한국, 대만은 미군 연합국이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중상주의적 경제 운영이 허용되었고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면서도 외국 기업의 자국 진입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결코 그런 혜택을 얻을 수 없었다.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 무역 체제에 진입하는 대가로 중국은 외국 기업들에게 국내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야 했다.
2021.01.12.
중국에서 이루어진 외국인직접투자의 또 다른 일면을 살펴보면 그토록 많았던 ‘외국인’투자가 실제로는 외국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중국으로 유입된 직접투자액의 거의 절반은 홍콩으로부터 온 투자였다. 상당 부분은 홍콩에 거점을 둔 미국이나 유럽 본사의 자회사의 활동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지만 중국 대륙에 투자한 주요 투자가들이 홍콩의 회사들이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2021.01.12.
번성하는 국내 경제도 더 이상 해외 자본 획득에 필사적이지 않았다. 2006년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 비중은 전체 투자의 6퍼센트에 머물렀고 최대 비중을 기록했던 1994년의 17퍼센트보다 한참 적은 수준이 되었다(2014년 외국인직접투자는 전체 투자의 3퍼센트가 채 되지 않았다).
2021.01.12.

제4장 도시화와 사회기반시설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중국이 수출 제품의 연구 개발 능력, 즉 기술적 정교함도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12 게다가 중국 국내 기업의 수출 비중이 증가하고 무역 흑자가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에는 해외 수출의 절반 이상, 그리고 무역 흑자의 3분의 2 이상이 외국 기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2014년 두 부문에서 외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하였다. 현재 국유기업을 제외한 중국 기업의 총 무역 흑자는 외국 기업이 거두는 흑자의 2배에 달한다(이 수치는 국유기업의 실적에 의해 부분적으로 상쇄된다. 국유기업이 큰 폭의 무역 적자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 3.5 참조).
2021.01.12.
자동차 업계 내 중국 기업들의 산업 및 기술 역량에 대해서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다. 중국의 자동차 회사들은 다양한 수준의 기술, 복잡한 공정,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높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자동차뿐 아니라 제트 엔진, 비행기(중국이 자국에서 상용기 개발을 위해 수년간 애쓰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러 소비자 가전 제품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은 주요 생산 기지를 지적 재산권을 도용당할 우려가 높은 중국에 두고서도 여전히 높은 기술 우위를 가지고 있다. ㅈ
2021.01.12.
대개 선진국의 제조 업체들과 정치적으로 이들을 밀어주는 집단에서는 때때로 중국이 ‘속임수’를 써서 산업과 수출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비난한다. 중국 정부는 불공정하게 중국 기업이 우위를 점하도록 할 목적으로 중국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퍼붓고, 금리, 환율, 연료 가격을 조작하며, 중국 내에서 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외국 기업의 활동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근본적으로 정치적인 문제이지 경제적인 문제는 아니다. 성공적으로 산업 경제를 ‘따라잡은’ 국가라면 어느 나라에서나 위의 전략 가운데 일부 또는 전부를 이용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19세기 거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미국은 다른 국가의 지적 재산권을 무시하는 것으로 악명 높았고, 제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높은 관세 장벽을 유지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정치적으로 중요한 산업에는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1

모두가 그랬다
2021.01.12.
저환율 정책이 중국의 수출 호황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준 것은 맞지만 부차적인 역할 이상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중국의 환율이 저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세계 제조업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연간 약 1.1퍼센트포인트씩 증가하여 처음 5퍼센트에서 15퍼센트가 되었다. 하지만 중국의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임금 등의 기타 비용도 함께 상승했던 시기인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도 중국은 여전히 세계 시장 내 비중을 매년 약 0.9퍼센트포인트씩 늘려 2013년에는 거의 18퍼센트에 달하게 되었다. 만약 중국이 수출에 성공한 유일한 진짜 비결이 저환율이었다면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의 결과는 실제보다 훨씬 나빴어야 했다.
2021.01.13.
동아시아 발전 모델의 일부로서 중국 정부는 자국의 환율을 종종 약간 낮게 가져가는 성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은 지속적이지 않았으며, 저환율 정책을 사용한 이유도 수출 진작보다는 자본 흐름을 규제하려는 감시의 목적인 경우가 더 많았다
2021.01.13.
환율과 마찬가지로 저금리 자본도 중국의 중공업 성장 과정에서 부차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뿐이었다. 2000년대에 중국의 중공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전 20년간의 개혁 덕분에 산업, 사회기반시설, 주택 부문에 큰 수익성이 보여 투자가 밀려들 무대가 마련되었고, 이러한 투자로 인해 중공업 제품에 대한 거대한 수요가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2021.01.13.
지난 10년간 중국의 전기료는 특별히 싸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말해 독일과 같은 수준이며 한국, 미국, 프랑스, 브라질, 러시아 같은 산업 국가들보다는 훨씬 비싸다. 2014년 말 중국의 산업용 전기료는 평균 킬로와트시당 13센트로 미국 평균의 약 2배에 달한다.18
2021.01.13.
기술력이 떨어지는 국가에서는 기술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흔히 복제와 지적 재산권 도용 등의 방법을 묵인한다. 18세기 초반 유럽의 도자기 산업 발전은 예수회 선교사들이 작성한 중국의 요업 기술 보고서에 상당히 의존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영업 비밀로 생각했다. 영국은 중국 정부가 수출 금지 품목으로 지정했던 차나무를 밀반출하여 인도에 차 산업을 일구었다. 19세기 초반 미국도 유럽의 지적 재산권에 무신경했다. 매사추세츠 주 로웰에 미국 최초의 방직 공장 단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것도 근본적으로는 산업 스파이 행위 덕분이었다.20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한국, 대만의 경제 발전 과정에도 서구의 기술에 대한 역공학 작업과 제품 모방에 의존한 부분이 있었고 이는 서양의 특허 제도를 어기는 일이었다.
2021.01.13.
요지는 지적 재산권 침해가 도덕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이며, 개발 중인 국가에 지적 재산권이 충분히 쌓여 타국의 지적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보다 자국의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는 편이 더 이익이 된다고 결정할 때까지 지속되는 행위이다.
2021.01.13.
첫째, 중국 기업들은 대체로 혁신에 상당히 잘 ‘적응’한다. 기존의 상품, 서비스, 프로세스를 수정하거나 때로는 상당히 큰 수정 과정을 거치기도 하면서 중국 시장의 필요성에 대응한다. 이것은 혁신의 중요한 유형이다. 하지만 중국 기업은 다른 나라에서 채택하거나 모방할 만한 새로운 상품,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드는 일에는 그다지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말하자면 이 점이 오늘날의 중국과 1960~1970년대 일본과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당시 일본은 혁신적이고 중요한 비즈니스 프로세스들을 만들어냈다
2021.01.13.
마지막으로 혁신에 대해 어떤 정의를 내리건 성공적인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교환이다. 따라서 최근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교환을 강력하게 막고 있는 중국 사회의 혁신 잠재력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2021.01.13.
현재 중국이 당면한 어려움은 건설 열풍 단계가 완전히 정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1998~2013년 연간 신규 주택 완성률은 3배가 되었다. 주택 건설은 지금 정점에 다다랐고, 앞으로 몇 년은 현재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늦어도 2020년 이후에는 확실히 감소가 시작될 것이다(그림 4.2 참조). 사회기반시설 건설의 흐름도 비슷하다. 아직 지어야 할 시설은 많지만 연간 신규 건설분이 더 이상 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중국은 이제 단순히 주택과 사회기반시설을 건축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할 수가 없다. 대신 중국의 도시들은 특화와 혁신이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되는 ‘스마트 시티’ 단계로 접어들어야만 한다.

코로나가 준 또 다른 기회? 감시도시 혹은 스마트시티
2021.01.13.
달리 표현하자면 중국은 노동을 도시화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람을 도시화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앞으로 10년간은 이처럼 ‘불완전한 도시인’을 완전한 도시 시민으로 변모시키는 일이 중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이다.
2021.01.13.
호구 제도를 개혁하는 정책의 발표는 느리게 기어가는 속도로 이루어졌다. 현실적인 진행도 매우 느리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다음 조건을 충족시키는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다. (1) 도시에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도시 호구 소유자와 동일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2) 해당 도시의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3) 이주 노동자들이 주로 해안가에 위치한 소수의 인기 도시로 몰리지 않고 전국에 걸쳐 모든 도시에 다소 균등하게 유입되도록 한다.
2021.01.13.
2014년 중국 정부는 호구 제도의 완화를 발표하면서 인구 500만 명이 넘는 도시(이미 중국 도시 인구의 20퍼센트를 차지)로의 전입은 엄격하게 통제하는 반면 거주민 100만 명 이하의 소규모 도시로의 전입은 적극 장려함을 분명히 밝혔다.12 여기에서 대도시에 사는 엘리트층의 정치적 힘을 엿볼 수 있다. 이들은 저소득 이주 노동자의 유입으로 인해 자신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동시에 제멋대로 퍼져 나가고 통제가 어려운 메가시티megacity(인구 1,000만 명 이상의 거대 도시-역주)의 등장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중국 정부의 오랜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2021.01.13.
주택 민영화로 인해 의심의 여지 없이 수억의 도시민들은 막대한 이득을 거두었다. 삶의 수준이 향상되었고 상당한 부를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시민들이 얻은 이익은 불평등과 불공정이라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했다. 주택 민영화는 이미 국영 주택에 살고 있던 사람에게는 굉장히 좋은 거래였다(게다가 여러 아파트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던 가족에게는 더 좋은 거래였다. 때로 남편과 아내가 각각 직장에서 주택을 받았거나 부모로부터 집을 상속받는 등 국유 주택 여러 채의 권리를 가진 가정이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에 국유 아파트에 살지 않았거나 민영화 초기에 시장에 진입할 현금이 없었다면 운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제 더 이상 직장에서 주택을 공급받을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의 적은 저축 금액만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를 사야 했는데 (적어도 일부 도시에서는) 아파트 가격은 소득보다 빨리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1.01.13.
2012년까지 여러 연구에 따르면 도시 호구 소유자들의 주택 보유 비율은 70~80퍼센트에 달하며, 이는 2004년 69퍼센트로 정점에 달했던 미국인의 주택 보유 비율보다 훨씬 더 높다. 하지만 이주 노동자 가족의 주택 보유 비율은 10퍼센트 미만이다.
2021.01.14.
지난 20년간 중국이 건설한 사회기반시설들은 큰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은 유용하고 생산적인 시설이다. 하지만 중국의 광적인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두고 종종 쓸모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주요 근거는 건설 규모가 도무지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무 엄청나다는 것이다. 중국의 사회기반시설에 대해 덮어놓고 늘어놓는 비판들은 많은 요소들을 무시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규모이다
2021.01.14.

제5장 중국의 기업 제도

중국에는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한 민간 부문이 있으며, 민간기업들의 활동을 모두 합해서 보면 이들이 대부분의 경제적 성과와 고용을 이루어내고 있다. 전체 경제에서 민간기업의 성과와 고용의 비중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민간기업은 평균적으로 말해 규모가 작다. 중국에서 대기업은 압도적인 비율로 국유기업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본집약적인 경제 부문은 사실상 전부 국유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국가 자산을 소유한 비율을 보면 국영 부문의 비중이 다른 어떤 국가보다 훨씬 높다.
2021.01.15.
중국이 이러한 상황(숫자가 많고 성장 중이지만 세력이 분산되어 있으며 정실 자본주의와 관련된 민간기업과, 사세는 줄어들고 있지만 세력이 밀집되어 있고 정치적인 힘을 가진 국유기업의 공존)
2021.01.15.
국유기업의 증시 상장은 민영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주식 중개인들이나 언론 보도에서는 이를 자주 민영화라고 잘못 설명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의 경우 일반에 판매되는 주식은 전체 주식 수의 20퍼센트를 넘지 않으며 나머지 80퍼센트의 주식은 모회사, 즉 중국 정부가 쥐고 있다. 증시 상장 뒤에 숨겨진 중국 정부의 생각은 해당 기업을 점진적인 방법으로라도 절대 민영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021.01.16.
조대방소 개혁 정책은 중국 경제에 세 가지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첫째 통합, 민영화, 파산 등을 통해 국유기업의 수가 대폭 감소하여 1997년 26만 2,000개에 달했던 국유기업이 2008년에는 11만 개가 되었다.8 둘째, 국유기업 부문에서 고용한 종업원의 숫자도 1995년 전체 도시 고용의 거의 60퍼센트에 해당하는 1억 1,300만 명에서 2007년에는 6,400만 명(도시 고용의 20퍼센트에 해당)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유기업의 재무 성과가 향상되었다. 국유기업의 자산수익률 평균은 1998년 0.2퍼센트에서 2007년 5퍼센트로 급등했다. 같은 기간 국유기업의 수익률도 고작 국내총생산의 0.3퍼센트에서 6.6퍼센트로 증가했다. 재무 성과가 향상될 수 있었던 이유는 종업원 복지 비용에 대한 부담 경감, 기업 경쟁력 향상, 재무 목표 달성을 요구하는 SASAC의 압박, 그리고 토지와 자본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9
2021.01.16.
국유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기업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분명한 국유기업을 많이 활용해도 중국은 그처럼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의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탈바꿈하려는 국가에서 국가 자산을 반드시 전부 민영화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1990년대에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국유기업의 민영화가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했었다. 계획경제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시장경제의 특징은 사유가 아니라 경쟁이다. 자산이 민영화된다 하더라도 경쟁 구조가 약한 상태라면 개혁의 결과는 썩 좋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민영화된 기업은 시장경제하의 독점 기업이나 정부 소유의 과점 기업이 되고 만다(1990년대 러시아에서 분명히 있었던 일이다).

민영화보다 중요한 건 경쟁
2021.01.16.
요컨대 중국의 국유기업은 독점 기업은 아니지만 확실히 경쟁에 대한 압박을 받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이 이제는 중국 경제에 피해를 주고 있다
2021.01.16.
최근 몇 년간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중국에 국가가 소유한 기업은 없다. 오직 기업이 소유한 국가가 있을 뿐이다.”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크게 과장한 것은 아니다.
2021.01.16.
경제 개혁이 시작된 후 처음 30년 동안 민간기업이 중국 산업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커졌다. 국유기업의 비중은 4분의 3에서 겨우 4분의 1 수준으로 작아졌다. (산업 생산량의 나머지 10~15퍼센트는 지방에서 관리하는 ‘집단’ 기업이나 외국인투자 기업이 차지했다.)
2021.01.17.

제6장 중국의 재정 제도, 중앙과 지방의 관계

그러나 일반적인 결론에 따르면 지방 정부의 부채는 큰 문제이기는 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의 부채를 합치면(중국 정부의 부채 추산에는 들어가지 않는 지방 정부의 일부 부채도 포함) 국내총생산의 54퍼센트 정도이며, 이는 특별히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2021.01.18.
중국 조세 제도의 한 가지 특징은 기업이 사실상 모든 세금을 납부하며, 개인에게 부과되는 직접세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정부 조세 수입에서 개인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5퍼센트에 불과하며, 이 비중은 사실상 10년 이상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 개인소비세도 정부 조세 수입의 6퍼센트 정도이다. 세 가지 주요 법인세, 즉 부가가치세, 영업세, 법인소득세가 정부 세수의 55퍼센트를 차지하며, 대부분 기업이 납부하는 관세, 소비세, 그리고 기타 세금이 나머지 비중을 차지한다. 부동산 가치나 금융 자산을 통해 얻은 자본 이득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집이나 주식을 팔 때 거래세는 부과된다).
2021.01.20.
정부가 국민에게 직접 세금을 부과하면 국민들은 납부한 세금의 사용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요구해야 할 강력한 유인이 생긴다. 이러한 요구에서부터 자신을 대표하는 정부에 대한 바람이 생겨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기본적으로 대다수 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세를 면제하고, 폭등하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투자해서 얻는 엄청난 자본이득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의도적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정치적 행동주의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원천을 봉쇄하고 있다.
2021.01.20.

제7장 중국의 금융 제도

하지만 이는 중국의 문제는 아닌 것이 확실하다. 중국의 해외 차입금은 국내총생산의 10퍼센트 정도로 규모가 작다. 반면 중국은 3조 5,000억 달러(중국 국내총생산의 40퍼센트)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투기 세력을 물리치고 위안화의 가치를 방어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그리고 중국은 매년 국내총생산의 2~3퍼센트 정도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즉, 중국은 단기외채를 갚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한 경상수입이 있다는 의미이다.
2021.01.21.
유동성 문제만 없다면 금융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것 같지 않다. 사실상 중국의 모든 대출에는 일대일로 예금이 뒷받침되어 있다.
2021.01.21.
서구 금융권에서는 흔히 중국의 은행은 생산성 떨어지는 국유기업이나 지방 정부에 자금을 퍼넣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와 달리 중국 은행의 대출의 질은 점진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민간 부문에 대한 대출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은행 대출 중 민간 부문의 비중은 1990년대 말에는 사실상 전무했지만 2014년에는 거의 4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다(그림 7.3 참조).11
2021.01.21.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선진국, 특히 미국의 그림자 금융과 크게 다르다. 우선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상당히 소규모이다. 전 세계 그림자 금융업을 감독하는 국제 조직인 금융안정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 전 세계에서 비은행 자산은 전체 금융 시스템 자산의 25퍼센트를 차지했고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120퍼센트에 맞먹는 수준이었다. 미국의 비은행 자산은 전체 금융 자산의 거의 60퍼센트에 달하며 국내총생산의 150퍼센트에 달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비은행 자산이 금융 자산의 겨우 9퍼센트에 불과하며 국내총생산의 31퍼센트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14
2021.01.21.
그림자 금융은 측정하기 어렵고 잠재적인 불안정성을 가져다준다고 보는 모든 특징이 선진국에서 나타나지만 사실상 중국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중국에는 기본적으로 증권화된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대출 자산도 없고, 파생 상품도 없으며, 부채담보부증권도 없고, 신용부도스와프도 없으며, 헤지펀드나 부동산투자신탁은 매우 드물고, 구조화 금융 기구도 없다.
2021.01.21.
금융 관련 언론이나 미국 의회에서 널리 받아들이고 있는 주장과 달리 중국은 수출 증가를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 정책을 펼친 적은 한 번도 없다
2021.01.21.
기억해야 할 사항은 2004년 달러 대비 위안화의 환율은 1998년과 정확히 똑같았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가지 차이가 생겨났다. 첫째, 산업 개혁을 통해 중국 노동자들이 비효율적인 국유기업을 벗어나 생산관리가 잘 되는 민간기업이나 외국 기업으로 옮기면서 생산성이 훨씬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둘째, 2000년 이후 미 달러화가 급격히 약화되었다. 중국 위안화는 달러화에 연동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여러 화폐(이를 테면 유로화)에 비해 가치가 떨어졌고 이는 중국의 수출 업체에 도움이 되었다.

프레임에 가려진 팩트
2021.01.21.

제8장 에너지와 환경

하지만 중국 정부에서 노후화 된 생산 라인을 폐쇄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지방 정부가 수익성 떨어지는 지역 사업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방 정부는 지역내 공장을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 때로 석탄이나 전기 같은 투입물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게 책정해 줌으로써 고용과 세수를 유지한다. 여기에 투입되는 많은 연료는 경제적 부가가치 생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21.01.25.
중국 외에도 소득 수준 대비 환경성과지수 점수가 최소 10퍼센트 이상 낮은 국가가 세 군데 있다. 러시아, 한국 그리고 미국이다. 이를 보면 중국의 환경 문제도 새로운 틀에서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의 환경오염 문제는 어느 정도 근래의 급속한 산업화와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에서 기인한 '당연한' 결과이지만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략) 한국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발전국가'로서 산업화를 강행하며 경제 성장의 최대화에 특히 큰 의미를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초강대국이 되기를 열망한다. 그래서 세계 대국으로 가는 길을 닦아주는 산업 및 기술 발전에 비해 환경 등의 '부수적인' 문제는 경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1.01.25.

제9장 인구와 노동 시장

흔히 중국은 ‘잘살기도 전에 늙어버릴’ 위험에 처했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과 달리 인구가 반드시 경제 성장의 운명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인구학적 흐름은 한 번 형성되면 다시 되돌리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경제 성장을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인구 문제의 제약 속에서도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많다.
2021.01.22.
흔히 중국은 ‘잘살기도 전에 늙어버릴’ 위험에 처했다고 묘사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과 달리 인구가 반드시 경제 성장의 운명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인구학적 흐름은 한 번 형성되면 다시 되돌리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 때문에 경제 성장을 제한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다. 하지만 인구 문제의 제약 속에서도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많다.
2021.01.22.
중국의 놀라운 점은 도시 지역 사람들이 40대 중반이 될 때까지 경제활동참가율이 매우 높으며 이후로 급격히 감소한다는 사실이다(그림 9.3 참조). 40세 도시 거주민의 82퍼센트가 노동인구에 속해 활발히 경제 활동에 참여한다. 하지만 50세가 되면 이 비율은 64퍼센트로 감소하며, 60세에는 겨우 30퍼센트의 도시 거주민만 노동인구 속에 남아 있다. 다소 놀랍게도 2005년의 노동 참여율은 1990년에 비해 일관적으로 낮았다. 이는 아마도 1990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국유기업에서 기본적으로 쓸데없는, 억지로 만들어낸 일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의 남은 총알
2021.01.22.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노동가능인구는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노동력은 여전히 늘어날 수 있다. 그러려면 중국은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여야 하며, 특히 45~65세의 장년층의 참가율이 높아져야만 한다. 2030년이 되면 이들이 노동가능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장년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다.
2021.01.22.
인구 제한을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서 ‘한 자녀 정책’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성이 떨어진다. 중국에서는 1970년대에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 1980년 ‘한 자녀 정책’이 도입되기 전의 일이다
2021.01.22.
중국이 ‘루이스 전환점’에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비록 ‘전환점’이 다소 길어서 10~20년간 지속되겠지만 말이다. 그 결과 기업 이익에 비해 임금이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은 이미 앞서 인용했던 임금 관련 자료에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국내총생산 대비 투자 비율이 안정되었다는 사실과 국내총생산 대비 소비 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2021.01.22.
사람들은 흔히 중국의 대규모 이촌향도 현상은 주로 가난한 내륙 지방에서 부유한 해안 지역으로의 이동을 뜻한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이주 노동자의 약 40퍼센트는 중국 중부와 서부의 성에서 일하며, 해안 지방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의 43퍼센트는 그 지방의 성 출신이다. 자신이 태어난 성 밖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는 전체의 불과 3분의 1 정도이다. 중국 노동자의 대이동은 내륙 지방에서 해안 지방 방향으로 주로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보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동했다는 편이 타당하다.
2021.01.22.
요컨대 중국 노동자들이 강제수용소 같은 조건 속에서 일하는 사실상의 노예라는 생각은 그림에 비유하자면 캐리커처와 같다. 그리고 중국 노동자들의 힘을 암암리에 부정하면서 그들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생각이다. 중국 노동자들은 인생에서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결정을 내렸다. 무기력한 자급자족적 농촌 경제를 벗어나 더 큰 물질적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도시로의 이주를 결정했을 뿐 아니라 나쁜 고용주에게서 벗어나 더 좋은 직장을 찾았다.23 중국의 현재 근로 조건이나 그것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앞서 일본, 한국, 대만이 걸어온 길이 생각난다.
2021.01.22.

제10장 소비 경제의 부상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경제 모델은 어딘가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가 소비보다 빨리 증가하는 ‘불균형’적 성장 모습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경제가 불균형적으로 성장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중국의 소비 지출이 특히 약해졌고,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정부는 소비 진작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01.22.
이 두 가지 주장에 어느 정도 옳은 면도 있지만 무비판적으로 전부 수용할 수는 없다. 먼저 첫 번째 불균형적 경제 성장은 본질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은 중국이 대체적으로 따르고 있는 성장 모델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의 모습과 배치된다. 동아시아에서 경제 개발에 성공한 국가들, 일본, 한국, 대만은 전부 투자가 소비보다 훨씬 빨리 느는 ‘불균형’ 성장기를 겪었다.
2021.01.22.
오늘날 중국의 상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국내총생산 중 자본 지출의 비중은 동아시아 경제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높고, 2008년 이래로 투자수익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리고 ‘유령 도시’, 텅 빈 쇼핑몰, 전국적으로 다 소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철강, 시멘트, 유리를 쏟아내는 공장들, 어디서나 투자가 낭비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중국이 자본집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일본, 한국, 대만보다 훨씬 심각한 소득불균형이 생겼다는 점이다. 중국 사회는 모델로 삼았던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훨씬 공정성이 떨어진다.
2021.01.22.
1990~2013년 중국의 1인당 평균 소비 지출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달러화 기준으로 5배 증가했다. 연간 성장률은 평균 7퍼센트였다. 이는 중국 다음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거대 경제 국가인 인도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속도이며, 선진국이나 라틴아메리카 중도국에서 나타나는 성장률보다 훨씬 높다. 소비 지출의 폭발적인 성장은 경제 내 소비의 비중이 15퍼센트포인트 떨어지던 시기에도 이어졌고, 가계 저축률이 소득 100원당 20원에서 30원으로 증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불균형’ 경제인 중국에서 소비자의 지출 능력은 ‘균형 잡힌’ 경제하에 사는 소비자의 지출 능력보다 훨씬 빨리 증가했다.
2021.01.22.
중국의 ‘중산층’과 선진국의 ‘중산층’ 사이에는 두 가지 특징적인 차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중국의 중산층은 사회의 중간 계층도 아니고 다수 집단도 아니다. 뒤에 이어지는 내용에서 넓은 의미로 중국의 중산층의 수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이며 중국의 소득분배 상위 30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점을 추산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중국에서 중산층의 삶의 방식을 향유하는 사람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의미하는 대다수 ‘중산층’이 아니라 사회 엘리트 계층이다. 여기에 중요한 정치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중국의 중산층이 곧 정치적 변화를 옹호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현재의 사회 시스템 속에서 불균형적인 혜택을 누리는 특권 소수층이기 때문이다.
2021.01.22.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람들은 특정 임계 소득이 되면 재화와 용역 중 의미 있는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한다. 가구의 연소득이 최저 8,000달러가 되면 사람들은 싸구려 모조품 대신 진짜 브랜드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하며, 연소득 1만 3,000달러에 달하면 자동차를 사기 시작하고, 자동차는 주택과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략 이 정도의 소득 수준에서 사람들은 또한 주택도 구매하기 시작한다. 연소득 2만 달러부터는 의미 있는 현대적 서비스 상품을 구매하기 시작한다. 의료 서비스, 교육, 여행, 레저 그리고 금융상품 등을 말한다.9

소득에 따른 소비 대상
2021.01.22.
서비스 부문의 성장은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다. 앞서 살펴보았던 내용처럼 중국인 해외여행객이 크게 증가했고 이러한 흐름을 좇아 중국 국내 여행객은 더 많이 늘어났다. 2010년경부터는 ‘자산관리상품’의 출시가 붐을 이루었다. 이는 앞서 제7장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이미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금융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길을 열심히 찾고 있는 고소득 가구가 상당히 많이 등장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거의 20여 년간 정체 상태였던 전국 병원의 병상 수가 2005~2013년에 75퍼센트 늘어났고, 총 의료 서비스 지출은 국내총생산의 4.5퍼센트에서 5.2퍼센트로 증가했다.
2021.01.23.
결론을 말하자면 사회안전망을 만든다 해도 소비 지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뿐이다. 특히 복지 제도에 따르는 혜택을 받기보다 납부해야 할 세금이 더 많은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소비 지출을 늘리는 데 있어 사회안전망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소득 증가이다. 가계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 사회안전망이 허술하다 해도 소비 지출은 빠르게 늘어난다. 사회안전망은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필수요소이지만 소비 촉진 정책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2021.01.23.

제11장 사회 협약: 소득불평등과 부패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고, 1989년 이래로 지도부가 세 번 교체되는 동안 상대적으로 정치적 안정성을 보였으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중국 국민들이 단순히 당국이 두려워 분노를 억누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2021.01.23.
첫째, 개혁 시기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중국에서 부패란 본질적으로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개혁 정책을 집행하는 동안 나타난 부작용이었다. 부패를 통해 사라지는 경제적 이익보다 국가 개혁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이 더 크다면 전체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다.
2021.01.23.
둘째, 중국의 지도부는 개혁에 대한 공무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부패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거래를 했다. 개혁 시대 정책을 시작하던 때와 그 후로 수년간 많은 공무원들은 공산당의 이념을 따라 자신의 위치에 올라섰을 뿐, 경제 활동을 촉진해야 하는 새 업무를 어떻게 수행하면 좋을지 알지 못했다. 이들에게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따라오는 수익 중 일부를 갖게 함으로써 시장 개혁을 유지하려는 유인을 제공했다.
2021.01.23.
마지막으로 이러한 무언의 허가는 무한정 주어지지 않았다. 1980년대 초반부터 중국 공산당은 지속적으로 때로는 강도 높게 부패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2021.01.23.
앞으로 중국의 성장은 효율성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 기반을 건설하는 경제보다 효율성을 지향하는 경제에서 부패는 훨씬 암적인 존재이다. 시진핑 정부가 야심 차게 천명한 것처럼 중국 경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 구조를 개혁해야 하며 이를 위해 영구적으로 부패 수준을 낮추어야 한다.
2021.01.24.

제12장 성장 모델의 변화

자본스톡을 늘리는 일이 지난 35년 동안 중국에게 주어졌던 단 하나의 과제였다. 자본스톡이란 장비, 건물, 그리고 다른 형태의 물적 자본의 총가치이다. 미국처럼 경제가 발전한 국가에서 자본스톡은 보통 연간 생산량, 즉 국내총생산의 3배가 조금 넘는 크기이다. 1980년대 초반의 중국처럼 빈곤 국가인 경우 자본스톡은 연간 국내총생산의 1.5배 또는 그 미만인 수준이다
2021.01.24.
첫째, 간단한 산수에 따라 자본스톡이 국내총생산에 비례하여 증가하기 위해서는 자본 투자가 오랫동안 국내총생산보다 훨씬 빠르게 늘어나야 한다. 간단한 예를 살펴보자. 한 국가의 자본스톡이 국내총생산의 1.5배인 상태에서 경제 개발을 시작했다고 치자. 이 국가는 30년에 걸쳐 선진국 수준의 국내총생산 대비 자본 비율인 3 대 1에 도달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국가의 경제는 연평균 6퍼센트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목표로 삼은 국내총생산 대비 자본 비율을 이루려면 자본스톡은 매년 8.5퍼센트씩 늘어나야 한다. 국내총생산에 비해 30퍼센트 이상 빠른 증가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국가의 자본에 연 5퍼센트의 비율로 감가상각을 한다면 투자비investment rate, 즉 연간 국내총생산에서 신규 자본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동안 19퍼센트에서 37퍼센트로 거의 2배가 된다.
2021.01.24.
둘째, 자본 축적기의 적어도 초기 단계를 거치는 동안에는 투입되는 자본의 한계 효용성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부차적인 문제이다
2021.01.24.
이 시기가 되면 단순히 자본 투입만으로는 강력한 경제 성장을 지속할 수 없다.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주어진 자본 단위로부터 산출되는 양을 늘려야만 한다. 즉, 사용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이 찾아오면 경제가 성장하는 속도는 과거보다 훨씬 느려진다. 성장의 원천이 둘(신규 자본의 투입과 생산성 향상)에서 하나(생산성)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2021.01.24.
중국 정부는 보기 드물 정도로 규모가 큰 수출 부문(국내총생산 내 수출 비중은 35퍼센트, 일본의 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의 3배)이나 국내총생산의 10퍼센트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어느 주요 국가보다 훨씬 많음)를 내는 경제가 강점이 아닌 약점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했을 때 나타나는 문제는 수출 상대국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출국도 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중국 정부는 향후의 경제 성장은 수출이 아니라 주로 내수를 통해 이루기로 결정했다. 이 목표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2007년 국내총생산의 10퍼센트에 달했던 경상수지 흑자는 2013년 2퍼센트 이하로 감소했다(그림 12.2 참조).

경상수지 감소는 목표였다
2021.01.24.
대부분의 부채는 생산적인 투자를 목적으로 융통되었다. 이러한 투자의 수익률이 충분히 높다면 부채와 국내총생산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둘 사이의 비율도 변함이 없다.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다음 둘 중하나의 상황을 의미한다. 먼저 금융 시스템이 정교해져서 가구와 기업이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1960~2000년에 미국에서는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그리고 다른 형태의 많은 소비자금융 상품이 등장하여 대출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점점 더 수익률이 낮아지는 투자 프로젝트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이다.
2021.01.24.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 국민의 대다수가 국가가 나아가는 방향에 여전히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민들이 가진 불만은 대체로 지방 정부의 권력 남용에 대한 것이지 중국 전체의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2021.01.25.
중국 공산당은 국민의 불만을 단순히 무시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 또한 국민들이 가진 불만의 기저에 있는 물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실질적인 노력을 한다. 시진핑 정부의 개혁 정책 중 많은 부분은 성공적으로 시행되기만 한다면 가장 심각한 사회 불안을 해결할 수 있다.
2021.01.25.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금까지 논의한 내용 전체의 전제, 즉 중국의 정치 체제는 변함없는 반면 경제는 극적으로 변화했다는 내용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 이는 실제 사실이 아니다. 2014년 중국의 통치 체제는 1979년의 통치 체제와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 1979년의 중국은 말 그대로 무법천지였다. 마오쩌둥은 법률과 법원을 없애고 본인의 결정 사항에 따라 통치하기를 즐겼으며, 대다수의 관료들은 통치자에게 복종한다는 점을 빼면 관료로서의 자격은 아무것도 없었다. 새로운 통치자가 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전임 통치자가 사망하는 길뿐이었다. 그 후 35년 동안 중국 정부는 나라를 통치할 수 있는 포괄적인 법률과 규칙을 확립했으며 (항상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대부분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내용이었다. 관료들이 승진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능력을 증명해야 하고, 관료 조직의 상층부에 있는 기술 관료들의 기량은 매우 뛰어나다. 공산당은 1993년부터 전임자가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도 세 번이나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성공했다. 중국의 통치 체제가 비록 서구에서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대의민주주의나 중국의 이상향인 왕도정치는 아니지만 이상의 성과를 보면 지금까지 상당히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2021.01.25.

제13장 결론: 중국과 세계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의 경제국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될까? 간단히 대답하자면 그다지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중국의 인구는 미국의 4배 이상이므로 언젠가 중국이 미국의 생산량을 넘어서는 일이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경제사학자들에 따르면 1800년대 초반에 이르기 전 약 1,000년 동안 중국은 세계 최대의 경제국이었다.
2021.01.25.
1만 년 전 농업 기술이 그랬던 것처럼 산업 기술이 결국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면 향후 1~2세기 동안 모든 국가는 산업화를 이룰 것이며 오늘날에 비해 전 세계 각 국가의 생활 수준이 훨씬 비슷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가 농업 국가였던 시절처럼 세계 최대 경제국은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차지해야 할 자리가 된다. 하지만 이때 세계 최대의 경제국이 의미하는 바는 그저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2021.01.25.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경제국이 되었을 때 중국의 1인당 소득은 정의상 겨우 미국의 4분의 1 수준일 것이다(중국의 인구가 미국 인구보다 4배 더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보다 거대한 경제국이 되겠지만 국민 개인은 미국 국민에 비해 가난하다. 그 뒤로 중국의 1인당 소득이 미국 국내총생산의 50퍼센트에 이를 때까지 빠른 수렴형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우선 한 가지 이유는 현재의 인구 상황을 감안하면 중국 인구는 2030년대 초부터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앞서 제9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2050년이 되면 중국 사회는 오늘날의 일본 수준으로 고령화를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 예상에 따르면 2050년에는 중국보다 평균 연령이 낮고 인구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을 것이다.5
2021.01.25.
모든 사항을 고려한 결론은 명확하다. 앞으로 어느 시점이 되면 중국은 확립한 산업 기술을 거대한 수의 국민에게 성공적으로 배분하여 세계 최대의 경제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관심이 가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중국이 어느 정도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닐 것인가이다. 역사적 사실을 살펴보면 이 질문의 핵심 변수는 단순히 경제의 규모만이 아니라 기술적 능력과 정치적 위치이다.
2021.01.25.
대개의 경우 중국의 무역과 투자 활동은 기존에 확립된 비즈니스 관행을 잘 따랐다. 중국이 거둔 성공이 심각한 ‘속임수’라거나 세계 경제의 규칙을 손상시킨 결과라는 주장은 따지고 보면 틀린 말이다.
2021.01.25.
마지막으로 이제 중국은 여러 면에서 크고 강력한 국가가 되었지만 세계를 이끄는 자리에는 올라서지 못했다. 기술적으로는 북미, 유럽, 일본 등 경제 선진국보다 한참 뒤떨어져 있다. 정치적으로는 관료주의적 권위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비록 확실히 중국의 실정에 맞추어 변화를 거듭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방적인 정치 체제를 선호하는 중진국 또는 선진국의 모습과는 동떨어져 있다. 중국은 자국의 경제성장 모델을 수출하려는 노력도 거의 하지 않는다. 비록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두 곳에서 중국의 모델을 받아들여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기는 했지만 말이다. 지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국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도 거의 없으며, 중국 국내의 문화적 추세도 세계를 지배하는 문화(미국)나 가장 활발한 아시아 대중문화(한국)의 영향을 받고 있다.27
2021.01.25.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며,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전략적 의문점도 많다. 하지만 세계 지도자로서 미국의 위치, 또는 미국이 이끄는 세계 질서를 위협할 것이라는 중국의 능력에 대한 우려 중 상당 부분은 잘못된 것이거나 너무 과도하다.
2021.01.25.
세계 체제의 넓이, 깊이, 힘을 생각하면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일대일 비교는 의미가 없다. 앞으로 언젠가 중국의 경제가 미국보다 커질 것이다. 그래서 어떻단 말인가? 중국의 경제 성장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중국이 세계 체제 속에 편입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나온다.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 세계 체제의 운영 방식에 대해 중국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중국이 현재의 뿌리 깊은 세계 체제를 완전히 바꿀 능력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2021.01.25.
일부 대체적인 경쟁 체제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 중국의 능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런 체제가 나온다면 그 기반은 무엇인가? 기술 우위는 아닐 것이다. 중국은 기술적으로는 수용자의 입장이다. 군사동맹 구조도 아닐 것이다. 중국은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도 없고 앞으로 맺으리라는 전망도 없다. 지역 세력권의 형성도 아닐 것이다. 중국에 인접한 나라들은 모두 어느 정도 중국을 불신하고 있으며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 위험을 회피하고 세력 균형 전략을 짜느라 바쁘다.
2021.01.25.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가장 마음 깊은 곳에 드는 불안은 아마 중국의 역동적인 경제와 권위주의 정치 체제 사이의 역설 때문일 것이다. 수년 동안 비평가들은 이 조합은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중국은 결국 자유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수년 동안 이 주장은 그릇된 것으로 판명되었다. 걱정은 중국이 경제 성장과 억압적인 정치 체제를 조합하는 방법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심하다. 미국의 지도층은 미국의 시스템만이 옳다는 일신교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다른 모든 체제는 근본적으로 불완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겨난 위험성은 더 많은 나라에서 중국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미국과 동맹국들이 선호하는 자유시장 자본주의와 선출 민주주의의 조합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2021.01.25.
미국과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반응은 서구의 가치와는 상당히 다른 중국 가치 체제를 인정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하는 편이 실용적일 것이다. 중국의 가치 체제는 최근에 발생하여 쉽게 무너질 만한 것이 아니다. 중국의 통치 전통에 오랫동안 뿌리박혀 온 것이며 1980년 이후 경제 개발에 성공을 거둠으로써 대부분의 중국인들에게 검증받은 것이다. 중국의 통치 체제에는 많은 문제가 있지만 대체로 효과적임을 입증했고 비록 공산당의 독점적 지위가 변한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통치 체제도 사실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외부인은 결코 중국의 정치 체제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다.
2021.01.25.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중국 밖의 문제에 더 많이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중국의 참여가 기존에 확립된 미국 주도의 틀 안에서만 이루어져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욕구가 존재하며, 자원과 아이디어의 출처가 다각화되는 것은 장려해야 할 일이지 거절할 일이 아니다.
2021.01.25.
중국은 카이저 빌헬름 황제 치하의 독일이 아니며 소비에트 연방의 환생도 아니다. 이상의 사실과 중국만의 특별한 가치 체제가 지닌 영속성을 인지한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대중국 유화 정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대중국 ‘봉쇄’ 정책은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다. 불안정하고 정체되어 있던 소비에트 연방의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는 결국 성공했던 전략이지만 중국의 체제는 역동적이고 변화에 잘 적응한다. 미국과 중국, 양쪽의 사람들이 평화로운 공존을 목표로 삼아 노력한다면 이 세상에는 미국과 중국의 체제가 공존할 여지는 충분하다.
2021.01.25.
중국 정부가 통계를 조작한다는 주장은 간단한 논리로도 거짓임을 증명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거짓 자료를 발표한다면 거짓인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 정책을 수립하거나 아니면 반드시 진짜 자료를 따로 비밀리에 보관해야 할 것이다.
2021.01.25.
중국 정부가 실제로 완전한 기밀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다면 법회계사들이 기업의 대차대조표상의 교묘한 속임수를 밝힐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통계 실험을 했을 때 발표된 자료의 허위성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이런 실험을 해보았지만 체계적 위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1
2021.01.25.
중국 정부의 통계 신뢰성과 관련하여 우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주장은 일부 경제학자들이 제기하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장기 성장률은 체계적으로 과장되어 있으며, 이는 중국 정부가 세상을 속이려는 것이 아니라 통계학자들이 잘못된 통계 기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