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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화폐전쟁

완독일
2021/07/04
카테고리
경제
디지털화폐
작가
방현철
출판사
이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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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무대 뒤 디지털 달러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의 디지털 달러 백서는 미국이 도입해야 할 디지털 달러가 크게 두 자기 특징을 가져야 한다고 정리했다. 첫째는 2단계 구조다. 중앙은행인 연준이 디지털 달러를 발행해서는 상업은행과 금융회사 등에 공급하고(1단계), 은행과 금융회사는 이들 다시 개인과 기업 등에 공급한다는 것이다(2단계). 이는 현재 지폐와 동전이 유통되는 것과 같은 구조이고,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위안화와 같은 구조이기도 하다. 둘쨰는 '토큰 방식'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달러는 미 연준이 모든 미국 국민이 계좌를 갖는 '계좌 방식'과 개인과 기업이 갖고 있는 디지털 지갑에 담아 유통하는 '토큰 방식'이 가능한데, 이 중 토큰 방식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4p
백서는 디지털 달러가 사용할 기술로는 암호화폐인 블록체인 등에서 사용되는 '분산 원장 기술'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리고 '프로그램 가능한' 화폐로 도입하는 걸 환영한다고 했다. 그리고 분산 원잔 기술과 관련해 민간과 정부가 합작한 기관이 거래를 인증하는 시스템을 제안하기도 했다. 45p
2020년 6월 17일 열린 미 하원 금융서비스 위원회에서 공화당 출신의 톰 엠머 의원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에게 디지털 달러 프로젝트의 백서를 콕 찍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이에 파월 의장은 "이는 중앙은행이 디자인해야 하는 사안이다. 통화 공급을 창출하는 데 민간 부문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는 중앙은행의 일이다"라고 단호하게 얘기했다. 45p
무대 뒤에 있던 디지털 달러가 글로벌 위기 상황을 맞아서는 전 세계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런 일이 있었고, 2020년 코로나 펜데믹(대유행) 위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무슨 얘기냐 하면 미 연준이 세계 주요국과 맺은 통화 스와프 협정은 그 속을 들여다보면 디지털 달러르 전 세계에 뿌리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중립) 미국기업연구소의 코리 샤크 이사는 "미 연준이 사실상 세계의 중앙은행 역할을 맡게 됐다"고 평가했다. 48p

제2장 디지털 위안화의 굴기

판이페이 중국인민은행 부행장은 신년 업무 계획 점검 회의 자리에서 중국이 연구 및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화폐의 모습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복충(쌍층)으로 운영 구조다. 중국인민은행이 일반 금융 소비자에게 직접 디지털 화폐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은행이 있어서 디지털 화폐 업무에 있어서 인민은행은 은행을 상대하고 은행은 다시 금융 소비자를 상대하는 복층 생각이다. 둘째, 본원통화인 M0를 대체하는 것이다. M0는 통화량을 나타내는 전문 용어로 중앙은행이 공급해서 민간이 보유한 지폐와 동전 등 현금을 의미하는데, 시중에 있는 위안화 지폐와 동전을 디지털 형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84p
디지털 위안화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와 전혀 다른 점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기술이 다르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고 있지만, 디지털 위안화는 블록체인 아이디어를 감안하되 이 기술을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략) 둘째, 모델이 다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탈중앙화 모델이어서 통합적인 감독자가 없다. 하지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중앙 집중식이다. 또 앞에서 설명했듯이 중국인민은행이 은행을 거쳐 금융 소비자와 연결되는 복층 구조로 운영하게 된다. 셋째, 속성이 다르다. 디지털 위안화는 전통적인 인민폐와 1대1로 대응된다.
중국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위안화를 쓰게 되면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가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중국인민은행 당국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이강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2019년 디지털 화폐의 발행이 "은행 예금이나 민간 결제 플랫폼에 있는 잔액과 같은 통화 공급의 다른 부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디지털 위안화는 단지 시중에 공급된 지폐와 동전을 디지털 형태로 바꿔주는 것이다.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장 무장춘은..."디지털 화폐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왜냐하면 현재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는 상업은행 예금과 연계된 계좌에서 위안화를 지불하는 방식인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나온 뒤에는 그 대상이 디지털 위안화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97p
중국 여행객들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사용했다. 알리페이의 경우 56개 국가와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바일 결제 플랫폼은 비자, 마스터와 같은 서구의 카드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중국이 만든 위안화 국제 결제 시스템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가 2016년 구축한 CIPS(china inter-border payment system)이다. 이는 서구가 통제하는 은행간 국제 결제 시스템인 스위프트를 우회하는 것이다. 99p
이런 의사 결정 구조는 사전에 통화정책에 대한 컨센서스가 광범위하게 암묵적으로 이뤄져 있지 않으면, 파월 의장이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파월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 최고 책임자인 므누신 재무장관뿐만 아니라 의회와 접점을 갖고 수시로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러 다니는 것이다. 또 연준 이사들과도 수시로 의사소통을 하고, 지역연준 총재들과도 컨센서스를 이루기 위해 뛰어 다닌다. 그러다 보니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정보가 사방에 퍼지게 되고, 투명한 의사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ㄷ. 121p

제3장 왜 지금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인가

반면에 코인형 디지털 머니는 교환 대상이 되는 코인이 진짜라는 것을 인증하는 형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동전을 상정하면 역시 이해하기가 쉽다. 동전은 받는 사람이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동전이 중앙은행이 발행한 진짜 돈인지만이 중요한 것이다. 디지털 상에서는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생각하면 된다. 145p
가장 큰 차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각종 조건을 거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특정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헬스케어용'이란 조건을 단다고 한다면 병원, 약국, 헬스케어 용품 구매 등에만 사용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지불할 때 단말기 등에 사용 가능 여부 등이 표시되는 것이다. 용도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조건을 달 수 있다. 149p
지폐나 동전은 실물 형태여서 조건을 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 물론 지폐에 언제까지 유효하다는 식으로 뭔가 적을 수 있겠지만, 그걸 관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디지털 형태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하는 게 가능하다. 또 디지털 네트워크상에서 프로그램된 조건이 이행되는 지 점검하는 것도 적은 비용으로 수행할 수 있다. 150p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붙일 수 있는 조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인간 거래에서 쓰이는 소매형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금리를 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151p
눈치 빠른 독자들은 알아챘겠지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혁신적인 면은 '디지털'이 아니다. '누구나 다 중앙은행 돈을 쓸 수 있다'는 '범용성'이란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가장 신뢰성이 높은 중앙은행 돈을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이 결국은 금융 시스템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더크 니펠트 베른대 교수는 "CBDC의 혁신적인 부분은 디지털적인 성격에 있지 않고, 광범위한 접근에 있다"고 하기도 했다. 156p
디지털 머니 시대에 내로 뱅킹은 그냥 1930년대에 나왔던 이론적인 얘기라고 소홀하게 봐서 넘길 일은 아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은행의 신용 창조 기능을 억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시카고 플랜이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158p
내로 뱅킹 개념은 1930년대 대공황 때 금융 개혁의 일환으로 예일대 교수 어빙 피셔와 일군의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이 '시카고 플랜'이라는 명칭으로 제기했다.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발행된다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나 중앙은행에 보관한 지급준비금이 '시카고 플랜'에서 은행 금고에 보관하는 지폐, 동전 등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158p
이 경우 중앙은행의 자산을 보유하는 데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정부에 대출을 하는 것이다. 국채를 보유하는 것도 정부에 대출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둘째, 은행에 대출을 하거나 은행채를 보유하는 것이다. 샛쩨, 비금융 민간기업에 대출을 하는 것이다. 159p
세 가지 방식 모두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에 새로운 도전 거리가 된다. 첫째 방식은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이 결합되는 문제가 생긴다. 정부 부채의 화폐화라고 해서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중앙은행을 동원하게 돼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문제가 생긴다. (중략) 둘째는 은행은 다시 기업에 대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민간 은행 대출을 지원하는 꼴이 돼서 은행의 대출 심사 기능을 훼손하고 '도덕적 해이' 가능성을 만든다. 셋째는 신용의 국유화라는 문제가 생긴다. 중앙은행이 기업 대출까지 직접 통제하게 된다는 것이다. 160p
아예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발행에 대응하는 특별 자산을 창출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에서 '경기침체 보험채권'(recession insuarance bond)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전직 연준 간부인 사이먼 포터와 줄리아 코로나도의 제안이다. 경기침체 보험 채권은 금리가 제로 하한에 도달하거나 실업률이 0.5%포인트 상승하는 등의 경기 침체 신호가 나타났을 때만 활성화되는 무이자 채권이다. 경기 침체가 되면 미 연준의 자산 항목에서 경기침체 보험 채권이 활성화되고, 대신 부채 항목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증가가 대응하게 만들어 지디털 머니를 뿌리는 게 가능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166p
러시다 털리브 의원의 법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재원 조달 방식으로 '1조 달러짤 백금 동전'을 제시한 것이다. 기본소득의 재원은 통상 정부가 세금이나 국채를 발행해서 마련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방안이 흥미로운 것이다. 미 재무부가 액면가 1조 달러의 백금 동전 2개를 주조해서 미 연준에 예치하면, 그 재원으로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금화, 은화 등 다른 동전은 의회가 발행할 수 있는 액면가를 1달러, 5달러, 10달러, 25달러, 50달러 등으로 정해놓았는데, 백금 동전만 액면가를 정해 놓지 않았다. 애초 입법 취지는 백금으로 기념주화를 발행할 때 다양한 액면가로 발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171p

제5장 한국의 선택, 디지털 원화

한은은 디지털 원화를 발행해야 하느냐의 결정을 조만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략) 세번째 접근법은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은이 '디지털 원화'를 발행하는 것이다. 한국이 디지털 원화를 발행하지 않으면, '디지털 달러' '디지털 위안화' 같은 해외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뿐만이 아니라 '리브라'와 같은 해외 IT 기업이 만드는 디지털 머니나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들이 얼마든지 국내 디지털 거래에서 쓰일 수 있다. 이는 '현금 없는 한국'의 가속과 맞물려 한국의 통화 주권을 갉아 먹을 수 있다. 234p
장타오 IMF 부총재가 2020년 2월 한 컨퍼런스에서 장단점을 짧게 정리한 적이 있다. 장점은 크게 다섯가지다. 첫째,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취약계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포용을 심화시킬 수 있다. 셋째, 신규 결제 시스템에 참가하는 기업들에 대한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넷째, 이자를 부과할 수 있어 통화정책 수단이 강화된다. 다섯째, 민간 발행 디지털 머니에 대응할 수단이 된다. 235p
단점은 네 가지다. 첫째, 은행 예금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로 이동하면서 은행 부문의 중개 역할이 축소된다. 둘째, 위기 때 은행 고객들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로 쏠리면서 뱅크런 문제가 생긴다. 셋째, 불어나는 중앙은행 자산을 어디에 써야할지 자원 배분의 문제가 생긴다. 넷째, 중앙은행의 관리 비용이 늘어나고 부담도 커진다. 235p
IMF가 글로벌 통화 블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위안화 블록에 속한다. (중략) 원화 환율의 움직임이 중국 위안화와 유사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위안화 블록은 2008년엔 3~4% 수준이었지만,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따라 점차 영향력을 넓혀 가는 모습이 관찰됐다. 위안화 블록은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권 국가들보다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국가가 중심이었다. 255p

제6장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시대의 자산 시장 변화

가사자산(암호화폐) 투자자들 역시 아직까지는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자산보다는 앞으로 나올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발행 암호화폐에 대한 신뢰도는 26%였던데 반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의 신뢰도는 54%에 달했다. 277p
1실링의 노동증명서는 매월 가치가 액면가의 1%가 떨어지도록 설계가 돼 있었다. 매달 1%의 마이너스 금리를 매기는 방식인 것이다. 만약 매달 0.01실링(0.1%)의 스탬프를 세금 형태로 내고 노동증명서에 붙이면 액면 가치가 유지가 됐다. 마을 주민들이 돈의 가치가 떨어질까봐 빨리 돈을 쓰면서 경기가 살아났고, 아니면 스탬프를 구하기 위해 시정부에 세금을 냈기 때문에 재정이 튼튼해지는 일이 벌어졌다. 그러나 위헌 판결로 뵈르글시의 실험은 중단됐다. 그러나 이 실험은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를 부양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례로 여전히 회자된다. 309p
IMF의 이코노미스트인 루치르 아가왈 등은 디지털 화폐로 완전히 대체되지 전에는 디지털 머니와 현금 사이에 일종의 환율을 정하는 걸 제안하기도 했다. 예컨대 은행 예금에 들어있는 디지털 달러에는 연 0.3%의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한다면, 현금을 디지털 달러로 바꿀 때는 매년 0.3%씩 절하되는 교환 비율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연 초에 있던 100달러를 그대로 1년간 지폐로 쥐고 있으면 그대로 100달러지만, 이를 연말에 디지털 달러로 바꾸면 97달러가 되게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폐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받는 디지털 달러와 마찬가지로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310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