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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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진핑 정권에서 마오쩌둥은 마치 자철석 같은 존재다. 마오쩌둥은 시진핑의 정책을 그리고 시진핑이라는 개인의 국가·사회적 역할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주는 궁극적인 도구로 작용할 것이다. 그래서 '마오주시'라 불리는, 중국공산당 역사상 유일무이한 종신 주석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여전히 톈안먼 광장에 걸려 있고, 중국인은 계속해서 마오쩌둥의 시신이 안치된 기념관을 찾을 것이다. 중국에게 그리고 중국인에게 마오쩌둥은 아직도 중요한 존재다. 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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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해체 과정을 지켜본 중국공산당은 이와 유사한 일이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만은 어떤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막고 싶어 한다. 비러시아 민족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 것이 패착이고, 이 '잘못된' 정책이 소련 해체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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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여론은 미국과 중국에서 그 의미가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국에서 여론은, 특히 사회과학자와 언론이 이해하는 여론은 서서히 축적되는 개인 의견의 총합르오서 주로 여론 조사를 통해 측정되며 특히 선거 기간에 그 영향력이 강해진다. 반면 중국에서 여론은 좀 더 전체적인 차원에서 공개적으로 표현된 의견 혹은 대중의 공적인 담론을 의미한다. 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해, 혹은 공공 집회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드러내는 중국인들에게 여론 '현상'은 두서없이 수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다소 산만한 경향을 보인다. 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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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특이한 환경에서도 여론이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매우 특정한 방식으로 여론의 성장이 두드러진 것만은 분명하다. 1980년대 말에 경제 개혁과 관련된 여러 문제와 함께 여론이 핵심적 요소로 부각됐으나, 1989년 톈안먼 사태가 일어나면서 여론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후 10여 년간의 여론 침체기를 겪은 다음, 1998년 무렵부터 여론이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신문이 생존하려면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야 하는, 이른바 상업화를 추진하면서 시작된 변화였다. 물론 상업화된 신문도 국가의 통제라는 굴레를 완전히 벗은 건은 아니지만 말이다. 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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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이 세상에 영원히 존재하는 왕조는 없다. 49개 중국 왕조 가운데 5대 10국 시대의 후한처럼 단명한 왕조부터 장장 289년 동안 중국을 통치한 당나라까지 왕조의 존속 기간은 매우 다양하며, 이들의 평균 존속 기간은 70년이었다. 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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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왕조 몰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바로 정치 엘리트의 반란이다. 역대 왕조 대다수가 외적이나 민중의 반란이 아니라 구 정권 출신의 이른바 정치 엘리트 때문에 무너졌다. 8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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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자연스럽게 권좌에서 물러난 황제는 절반밖에 안 된다. 전체 황제 282명 가운데 절반은 자연사하면서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나머지 절반은 불상사(살해, 반정, 퇴위 강요, 자살 강요)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폐위됐다. 90p
제2장 국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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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중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첫째,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치명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이 이상적) 외국 군대의 개입을 아예 차단하는 방법이다. 미국과 그 우방국에 중국의 군사력이 막강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처럼 강한 군대를 상대하려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가를 치러야 하리라는 점을 내비침으로써 분쟁에 개입할 업두조차 내지 못하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두 번째는 다소 저급한 방식이다. 중국 해경과 민병대를 이용해 전쟁과 평화의 중간 상태인 '회색 지대'에서의 대결을 조장함으로써 전쟁의 문턱 바로 밑에서 야금야금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1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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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조사 결과 중국인의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답한 사람은 그렇게 평화적이지는 않다고 답한 사람에 일본과 미국을 우호적으로 보는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이 매우 평화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 한다고 느끼는 경향 또한 훨씬 강했다. 또 중국인을 평화적이라고 지각할수록 비전통적인 국제 안보 위협(세계 경제 침체, 기후 변화 등)보다 중국의 국가 안보 위협, 즉 전통적인 국가 중심적 안보 위협(일본이나 미국의 군사력)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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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믿음은 매우 역설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중국 예외주의를 주창할 경우 대내적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