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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없는 자본주의

완독일
2021/08/31
카테고리
경제
불평등
작가
조너선 해스컬
출판사
에코리브르
리뷰
4 more properties

제1장 서문

당신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산을 기록한 대차대조표를 들여다본다면 약 700억 달러의 자산평가액을 발견할 것이다. 그중 600억 달러는 현찰 및 갖가지 금융상품이었다.3 전통적 자산인 공장과 설비는 단 30억 달러로, 마이크로소프트 자산에서는 하찮은 4퍼센트이자 회사의 시장가치에서는 1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의 자산회계 관행으로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는 현대판 기적이었다. 이것은 자본 없는 자본주의였다. 20p
그는 “전형적으로 특정 제품 및 과정의 개발을 포함하는 (자산), 혹은 조직적 역량에 대한 투자인” 자산으로 “한 회사가 특정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포지셔닝하는 제품 플랫폼을 창출 또는 강화하는” 일련의 무형자산을 찾아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R&D(연구개발) 및 제품 디자인 투자에서 발생한 아이디어, 브랜드 가치, 공급망과 내부 구조, 그리고 교육 훈련으로 축적된 인적 자본이 그 사례들이었다. 21p
무형자산은 팔기가 더 힘들고 그것을 만드는 회사에 특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도요타(Toyota)는 린 생산 시스템(lean production system: 인력과 부품의 적시 공급으로 재고를 줄이고 품질을 끌어올린 생산 효율 극대화 시스템―옮긴이)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하지만, 이 투자를 어떻게든 공장에서 따로 떼어내 값싸게 팔아치우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연구개발은 판매 가능한 특허권을 탄생시키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하지만, 분명 대다수는 지식재산 시장을 더욱 제한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거기에 투자하는 업체의 특정 니즈(needs)에 맞춰져 있다. 27p
무형자산 투자의 두 번째 특성은 스필오버(spillover)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27p
무형자산은 또한 확장될(scalable) 가능성이 더 높다. 코카콜라를 떠올려보라. 조지아(Georgia)주 애틀랜타(Atlanta)에 본부를 둔 코카콜라컴퍼니는 콜라 1리터를 생산하는 데 일어나는 극히 일부 사안에만 책임을 진다. 이곳의 가장 귀한 자산은 무형으로, 브랜드, 라이선스 계약 그리고 콜라를 콜라 맛이 나게 만드는 시럽 조리법이다. 콜라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나머지 사업은 대부분 그곳과는 무관한 병입(甁入)회사(bottling company: 해외에서 수입한 음료수를 병에 담아 유통하는 회사―옮긴이)들에 의해 진행되는데, 이들은 세계 각 지역에서 콜라를 생산할 계약서에 각각 서명해왔다.29p
무형자산 투자들은 상호 간 시너지(synergy)(즉, 경제학자들이 상승작용이라 부르는 것)가 생기는 경향이 있다. 그것들은 적어도 적절히 결합된다면 함께 있을 때 가치가 커진다. 초소형 하드디스크와 결합된 MP3 프로토콜(protocol), 그리고 애플(Apple)사가 체결한 음반사 및 디자인 기술과의 라이선싱 계약은 매우 중요한 혁신인 아이팟(iPod)을 탄생시켰다. 30p

제2장 사라진 자본

표면적으로는 1970년대의 헬스클럽과 비슷해 보이는 부분―헬스클럽 그 자체―은 시스템, 과정, 관계 및 소프트웨어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것은 혁신(innovation)이라기보다는 신경 감응(innervation)―신체 일부가 신경을 공급받아 감각 있고 질서 잡히고 통제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여 우리가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사업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신형 기업들이 설립되어왔던 것이다. 40p

제4장 무형 투자는 무엇이 다른가? 무형자산의 4S

경제적인 관점에서 무형 투자의 독특한 성격과 그것들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려 한다. 우리는 이런 특성을 4S, 즉 확장성(scalability)·매몰성(sunkenness)·스필오버(spillovers)·시너지(synergies)로 요약한다. 106p
마지막으로, 무형 투자의 가치는 자산이 결합할 때 극적으로 증대된다. EMI의 R&D 중앙실험실은 정보처리, 영상법 및 전기공학 연구의 용광로였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지식을 스캐너를 처음으로 시험한 앳킨슨몰리병원(Atkinson Morley Hospital) 의사들의 임상 전문지식과 합친 덕분에 진정한 도약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111p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Matt Ridley)는 그 사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디어의 진화적 성격을 강조했다. “교환과 문화적 진화는 성(性)과 생물학적 진화의 관계와 같다.” 리들리는 혁신을 “아이디어들이 성관계를 가질 때” 일어나는 일로 설명했다(Ridley 2010, 453). 여기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은 무형자산―R&D의 결과물 같은 아이디어, 신형 디자인, 또는 새로운 방식의 기업구조나 제품 마케팅―이 상호 시너지를 갖는다고 말한다. 그것들은 결합했을 때 가치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145p
무형 투자는 또한 특정 정보기술, 특히 컴퓨터 네트워크와 스마트폰의 경우 유형자산과의 시너지를 보여준다. 이런 대표적 사례가 1990년대에 미국 경제를 구한 월마트(Walmart)의 역할이다. 1980년대에 미국 경제는 실질 생산성 증가의 침체를 겪고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이 ‘새 표준’이 되고 있으며 생산성은 절대 회복되지 않을 거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1990년대로 접어들자 생산성이 상승했다. 2000년에 매킨지글로벌연구소는 이 생산성 증가의 원인을 분석한다. 예상외로 그들은 생산성 증가의 대부분이 대기업 체인의 소매점들, 특히 월마트가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업무효율을 향상시키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었던 방식에서 비롯된 것임을 찾아냈다. 어떤 점에서 그것은 기술혁명이었다. 그러나 이득은 저차원 기술(low-tech) 부문의 조직 및 영업 관행을 바꿈으로써 실현됐다. 아니, 바꿔 말하면, 그것은 월마트의 컴퓨터 및 과정들에 대한 투자와 그것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공급망 개발 사이에서 일어난 커다란 시너지였다. 146p
니컬러스 블룸(Nicholas Bloom)·라파엘라 사둔·존 반 리넨(John Van Reenen)(Bloom, Sadun, and Van Reenen 2012)은 IT에 투자한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생산성을 비교한 뒤 유럽 업체들이 미국과 동일한 수준의 이익을 컴퓨터로부터 얻지 못했음을 발견했는데, 그만큼 조직 및 경영의 관행을 변화시키려 들지 않았고 그럴 역량도 없었기 때문이다. 147p
대기업의 R&D 실험실에서 즉흥적으로 아이디어를 생성하는 것은 개방형 혁신이 아니다. 신생 벤처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얻거나, 학계의 연구자들과 협력관계를 갖거나, 다른 회사와 합작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개방형 혁신이다. 150p
그러나 무형 투자는 우리가 얘기했던 4S 때문에 더욱 불확실해지는 경향이 있다. 무엇보다도 무형 투자는 그것이 가진 매몰성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가치가 떨어지기 쉽다. 그것을 단순히 매각하는 것으로 가치를 회복하기는 더욱 어렵다. 두 번째, 확장(그리하여 작은 투자로 큰 수익을 거둘 수도 있다)이나 시너지(직접적으로 가치를 증대시킨다)로부터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무형 투자의 긍정적 측면은 잠재적으로 훨씬 더 높다. 따라서 무형자산은 상황이 잘못되면 가치가 떨어지고 잘되면 가치가 훨씬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그저 가능한 결과의 좁은 분포를 더욱 넓은 분포로 대체하는 문제가 아니다. 무형 투자의 스필오버를 발생시키는 경향 탓에 투자하는 회사의 향후 수익 예측은 극도로 어려워진다. 그리고 많은 무형자산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무형자산의 매몰성에 기여한다) 그것들의 가치를 현실적으로 추정하는 것도 더욱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했을 때 무형자산이 풍부한 경제의 회사가 불확실성을 더 많이 드러낼 것으로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불확실성의 일부는 무형자산 회사에 그들의 투자에 대한 옵션가치를 제공할 때 나타난다. 155p

제5장 무형자산, 투자, 생산성 및 장기 불황

자, 이것은 두 번째 징후가 없었다면 그다지 놀랍지 않을 것이다. 바로 낮은 금리다. 그림 5.2에 나타나듯, 1980년대 중반 이래 장기적 실질이자율은 하락해왔고 금융 위기 이후로는 특히 낮아졌다. 그러나 이렇게 투자비용이 굉장히 낮은데도 불구하고 그때 이후로는 투자 회복이 없었다. 162p
첫 번째 징후는 미국 및 다른 나라들의 기업 이익 평균이 수십 년간 그래왔던 것보다 더 높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는 사실이다. 회사들의 수익은 압박을 받기는커녕 이보다 더 좋았던 적이 없다. 여기에 대한 일부 측정치가 그림 5.3에 나와 있다.2 가장 즉각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측정치는 평균 자본수익(그림 5.3B)으로, 1990년대 이래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그렇다고 투자할 만한 대상이 없어서 투자가 하락한 납의 시대(Age of Lead)를 시사하지는 않는다. 165p
두 번째 흥미로운 사실은 수익성에 관한 한 기업들이 동등하지 않다는 것이다―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그들이 점점 더 불평등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 5.3C에 나타나듯 상위권 회사들의 수익은 호황을 맞고 있다. 상위권 회사들은 투자 기회가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166p
장기 불황을 둘러싼 마지막 사실은 선진국들에 나타난 지속적인 생산성 증가의 부진이 단지 투자 저하 탓만은 아닌 것 같다는 점이다. 노동 생산성 증대〔노동 생산성, 수익성, 총요소 생산성(TFP) 등에 관한 좀더 완벽한 설명은 상자 5.1 참조〕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하락할 수 있다. 그것은 투자 감소 때문에 하락할 수 있으며, 이로써 노동자들의 과업에 필요한 자본은 줄어든다. 아니면 자본의 양과는 무관하게 노동자들의 작업 효율성이 떨어져서 투자가 하락할 수도 있는데, 이를 다요소 생산성 또는 총요소 생산성의 하락이라고 한다. 자, 금융 위기 이후 투자는 하락세였지만, 노동 생산성의 모든 손실을 설명할 만큼 떨어진 것은 아니다. 사실 생산성 증가 둔화는 대부분 총요소 생산성의 하락이었다. 그림 5.5는 대략 2000년대 중반 이후 OECD 다요소 생산성 증가가 하락했음을 보여준다. 167p
무형자산이 풍부한 회사들이 극적인 규모로 확장하고 있다는 생각은 사례들을 근거로 한다면 그럴 법해 보인다. 바로 우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있다. 그 점을 정말로 확실히 해두기 위해 각 회사로부터 무형 투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데이터가 수익의 불평등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회계 관행 때문에 이 작업은 아직 불가능하다. 180p
결국 이는 투자 행동이 양분되는 것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확장 가능한 자산들을 창출하고 거기서 나온 이익 대부분을 자사로 흡수하는 능력을 확신하는 선도 기업들은 투자를 계속할 터이다(그리고 높은 투자 수익률을 누릴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의 투자로부터 개별 수익이 저조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후발 기업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소수의 선도 기업과 다수의 후발 기업이 존재하는 업계에서 이것의 순 효과는 실제로 진행되는 투자의 수익은 높고 총투자율은 감소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183p
바로 무형자본 증가의 둔화와 총요소 생산성 증가의 둔화 사이에 확실히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기간을 포함하는 더욱 정교한 조사를 통해 확인되었다. 그리고 그림 5.10은 R&D 자본 증가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다. 185p
무형 투자의 확장성과 시너지는 또한 선도 기업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선도 기업들은 더 크고 더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무형자산의 확장성을 이용하게 될 공산도 크다. (스타벅스가 무형자산을 더 투자하지 않고도 어떻게 신규 개장하는 모든 카페에서 자사의 브랜드와 운영 절차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 그들은 자신들의 신규 투자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다른 가치 있는 무형자산들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전의 스마트폰들은 사용하기가 힘들었는데도, 매력 있고 직관적인 애플 제품들에 대한 기존의 평판이 어떻게 소비자들로 하여금 아이폰을 기꺼이 써보고 싶게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보라.) 188p
어쩌면 시장의 선두주자라 할지라도 경영진은 너무 많은 우선순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개별 회사가 대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할 수 있는 속도에는 제한이 있는 것 같다. 경영진의 주의라는 개념과 회사가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경영도서들과 업계지에서 확실히 인기가 있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극소수의 회사만이 투자의 보상을 거둘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진 부문들에서는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는 인식된 필요성이 오히려 총투자를 제한할 수 있다. 190p
그러나 비평가들은 우버의 운전기사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적어도 어떤 측면에서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주장해왔다. 우버가 운전기사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목적은 고용법이나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고도 많은 직원을 고용하는 장점을 갖게 해준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그만큼 우버의 운전기사 네트워크 투자는 최소한 어느 정도까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서가 아니라 (그렇지 않았다면 최저임금 등의 혜택을 얻을) 운전자들로부터 가치를 빼냄으로써 가치를 갖는다. 밀란과 우버에 제기된 혐의는 그들의 무형 투자 일부가 전체 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기존의 경제 파이를 쪼개 무형 투자자가 수익을 독점하도록 한다는 데 있다. 193p
베슨은 (규제지표와 정치 로비활동비로 측정된) 산업 규제와 상장기업 가치평가 사이의 관계를 살펴본다. 그는 1980년 이래 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이 (R&D로 측정된) 무형자산 때문이었기는 하지만, 규제 및 로비 지출이 가치평가에 한층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린다(Bessen 2016). 196p
일반적으로 이 회사들은 가치가 큰 데이터 및 소프트웨어를 특별한 방식으로 사용할 구글의 권리 또는 가치가 큰 운전기사 및 집주인 네트워크에 대한 우버와 에어비앤비의 권리처럼 자신들이 보유한 귀중한 무형자산들과 관련해 로비를 하고 있다. 로비활동이 성공했을 때 보상은 굉장히 크다. 이 모든 무형자산들은 대규모로 확장할 수 있고 그 가치는 소유주의 비즈니스 모델에 내재해 있다. 그것들은 또한 소유주를 후발주자가 아닌 리더로 만드는 원천이기도 하다―이것 자체만으로도 뒤처진 경쟁업체들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좌절시킬 수 있다. 197p
더욱 골치 아픈 해석은 이런 종류의 지대추구가 무형자산의 고유한 특성, 특히 논쟁성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지대추구를 예방하고 무형 경제에 필요한 제도를 설계하는 과제를 훨씬 제대로 수행하는 법을 익힐 때까지는 총요소 생산성 증가가 계속 부진할 것임을 시사한다. 198p

제6장 무형자산과 불평등 확대

두 번째, 무형자산의 확장성은 거대한 고수익 기업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아울러 다른 회사들의 무형 투자에서 스필오버를 전용하기에 더 유리한 위치에 있기도 하다. 그것이 선도 기업들과 뒤처진 기업들 사이의 생산성 및 이윤 격차를 키우며, 동시에 후발 기업에게는 투자 인센티브를 감소시킨다. 이것은 어떻게 투자 저하가 실제 이뤄지는 투자의 고수익률과 공존하는지를 설명해준다. 세 번째, 무형 자본의 구축 속도는 대침체 이후로 느려졌다. 이것은 스필오버 발생을 감소시킬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회사들은 예전보다 규모를 덜 확장하게 되고 총요소 생산성은 둔화된다.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있다. 총요소 생산성 증가가 거의 최고로 둔화된 곳은 R&D 및 무형 자본 증가가 가장 둔화된 나라들이라는 사실이다. 마지막이면서 가장 추측에 근거한 부분인데, 후발 기업들은 선도 기업들로부터 스필오버를 흡수할 능력이 떨어진다. 아마 선도 기업들이 후발 기업들보다 다양한 종류의 무형자산들 사이에서 시너지를 훨씬 더 많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경제가 무형자산에 내재된 논쟁성을 해결할 새로운 제도들을 필요로 하는 무형 경제로의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고 그것이 투자를 로비활동, 법적 공방 및 제도적 재부팅 쪽으로 편향되게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 중 어느 것도 즉각적으로 생산성을 높이지는 않는다. 216p
뮬방적공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과학기술 증대가 꼭 일자리 축소나 임금 인하와 동의어는 아니라는 것이다.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도입도 똑같은 교훈을 준다. 제임스 베슨(Bessen 2015)이 지적했듯이 현금인출 기계의 도입으로 실제 미국에서는 은행원 수가 증가했다. 지점 비용이 줄고 직원들한테는 고객들과 대화하며 금융상품을 판매할 시간적 여유가 늘어났다(현금을 인출해주는 업무로부터 해방됐다)는 것은 은행들이 더 많은 지점을 개설한다는 의미였다. 217p
선진국의 저숙련 노동자들이 컴퓨터를 다루는 기술이 없거나 외국의 저임금 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를 위협받는다고 할 때 얼마나 손해를 볼지는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이 어떻게 최고 부자들에게만 이익을 준다는 것인지는 덜 명확하다. 223p
그들은 저임금자가 고임금 회사에 합류할 때 상당한 급료인상을 받는 경향이 있을 거라는 증거를 찾고 있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이는 회사 자체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회사가 돈 찍어내는 기계 위에 앉아 그곳에 취직할 만큼 행운이 따르는 사람들에게 수익금을 배분하고 있다는 것(신흥국가들의 국영 석유가스 회사들을 다뤄본 이들에게는 익숙한 현상이다)―을 시사할 터이다. 그들은 이런 증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그들은 고임금 회사들에 합류하는 사람들은 이미 높은 급료를 받는〔‘선별(sorting)’이라 불리는 현상〕 편이었고 그 역도 마찬가지였으며, 이런 경향은 1980년과 2008년 사이에 더욱 강해졌음을 알게 됐다. 224p
이것이 불평등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고임금 회사들은 자신들의 직원들을 선별하고 거르는 데 아마도 좀더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에게 이런 노동자 선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무형자산과 연관되어 있는 듯하다. 첫째, 그것은 무형자산의 중요성에 대한 반응이다. 둘째, 그것은 무형자산―아니, 적어도 특별한 종류의 무형자산―의 증대로 가능해진다. 225p
그러나 의원들이나 귀족들을 이사진에 앉힌 것이 상당한 이득을 가져온 한 무리의 회사가 있었다. 바로 합성화합물, 자동차와 자전거 제조, 전력 발전과 배급 등 당시 부상하던 과학기술 부문의 회사들이었다. 브라지온과 무어는 상류층 임원을 보유한 신기술 회사들은 주가 상승을 경험했고, 혹시 기존의 임원이 의회에 의원으로 당선되기라도 하면 주가는 특히 급등했다고 밝혔다. 회사들은 또한 자금을 모으기도 더 쉽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226p
신생 기술회사들에서 이사직을 확보한 의원들은 기술 전문가여서가 아니라 신기술 사업들이 종종 무형자산(R&D부터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데 필요한 조직 및 브랜딩 투자에 이르기까지)에 의존하기 때문에 유용했다. 이 무형자산들은 논란 많은 불확실성을 발생시키며(특허는 보호받을 수 있을까? 회사의 배급권이 존중될까?), 이사진에 거물급들을 영입하는 것은 이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데 일조하는 동시에 그것들이 관리될 것이라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줬다. 230p
2000년대에 들어서면 시장 규모 조사 작업의 대부분은 시장기밀에 특화된 외부 회사들에 위탁되는데, 이들은 수십 개의 산업과 부문에 대한 상세한 보고서와 추산들을 준비하며, 그것은 다시 고정가격으로 컨설턴트와 은행장에게 팔려나가게 된다. 컨설팅 회사들은 이 보고서를 주문하고 관장할 지식관리 부서에 투자했다. 이 시장기밀 보고서 시장은 꽤 경쟁이 치열해서 컨설팅 팀들이 고객 맞춤형 시장 규모 조사를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해졌다(Bower 1979). 234p
집값이 대폭 상승한 도시들은 경제가 번성하는 곳이기 쉬운데, 이런 곳에서는 신규주택 건설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설명은 또 다른 질문을 제기하게 할 뿐이다. 이 몇몇 도시의 경제는 무슨 이유로 번성하고 있는가? 여기서 우리는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연구에 기댈 수 있는데, 그의 영향력 있는 작업은 경제성장이 도시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왔다(이를테면 Glaeser 2011 참조). 도시에 스필오버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오랫동안 알려져왔다. 인구 밀집은 사람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관찰하고 복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34p
이제 무형자산 증대의 효과를 생각해보자. 요즘 보통 회사들은 과거 1990년대의 회사들보다 무형자산에 훨씬 많이 투자한다. 그리고 무형자산은 대개 유형자산보다 지리적으로 더 유동적이다. 석유회사가 자사의 물리적 정유시설을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이동시키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가 아니고서는 대부분의 회사가 감행하지 않을 어마어마한 10년짜리 프로젝트가 될 터이다. 하지만 만일 스타벅스가 자사의 브랜드나 영국 점포 운영의 이면에 있는 지식재산권을 네덜란드나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로 옮기려고 한다면 몇 가지 간단한 법률 업무로 처리할 수 있다. 238p
요약해보자. 무형 투자의 증가는 두 가지 측면에서 부의 불평등을 설명해준다. 기업이 무형자산과 연관된 스필오버와 시너지를 이용하고자 도시로 몰려드는 것이 도시의 주요 부동산의 가치가 상승하는 최대의 원인이며, 이 부동산들이 부유층의 새로운 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무형자산은 보통 국제적으로 유동적이기 때문에 조세경쟁을 가중시키며, 이로 인해 정부가 자본에 더 많이 과세하여 불평등을 감소시키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239p

제7장 무형자산을 위한 인프라와 무형 인프라

소프트 인프라는 또한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무형자산들 간의 시너지는 무형 투자를 위한 일종의 사회적 인프라를 함께 구성하는 표준과 규범의 중요성을 증대시킨다. 그리고 표준과 규범은 무형 경제에서 특히 중요한 신뢰와 사회적 자본으로 뒷받침된다. 268p

제8장 무형 경제의 자금 조달 과제

상장주식 투자에서는 기관들이 더욱 우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중 일부 기관이 무형자산이 풍부한 기업들의 대규모 지분을 차지하는 데 전념할 테고, 이는 더 큰 투자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자면 주식의 대량보유를 가로막는 일부 규제의 폐지가 필요할 테고, 아울러 기관투자자들이 무형 투자를 평가하고 가치를 매길 개선된 툴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툴 중에서 일부는 이윽고 상장기업들의 대차대조표가 (이제는 주로 무형인) 그들의 투자를 더욱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재무회계기준의 변경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302p
최대 기관투자자들이 써먹을 수 있는 전략으로 다른 것도 있을 수 있다. 바로 스필오버가 대량으로 발생하더라도 무형 투자에 대한 관리계획을 승인할 가치가 있을 정도로 생태계 전반에 광범위하게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대형 투자자들은 산업 전반에 걸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설사 다른 회사가 그것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투자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307p
최고의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누리는 사회적 인맥과 평판은 그들이 시너지 효과를 활용할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논란이 많은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유용하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서비스 같은 분야에서 무형 투자의 가치는 더 넓은 기술 생태계에 얼마만큼 들어맞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신규 앱은 구글 캘린더와 통합될 경우 가치가 훨씬 커질 수 있다.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은 온라인 광고 배급사와 협력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을 때 더 많은 가치가 생길 수 있다. 308p

제9장 무형 경제의 경쟁, 경영 및 투자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기업들이 투자하는 재화의 종류 변화에는 본질적으로 특이하거나 흥미로울 게 없다. 사실 이만큼 정상적인 게 어디 있겠는가. 경제의 자본 스톡(capital stock)이란 언제나 변화하는 것이니 말이다. 철도는 운하를 대체했고, 자동차는 마차를 대체했고, 컴퓨터는 타자기를 대체했으며, 더욱 세분화한 수준에서 기업들은 항상 투자 배합을 개편하고 바꾼다. 이 책에서 우리의 주요 논지는 무형 투자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는 것, 그리고 무형 투자로의 꾸준한 이행을 이해함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몇몇 핵심 쟁점, 즉 혁신과 성장, 불평등, 경영의 역할 그리고 금융 및 정책 개혁을 파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354p
무형자산이 풍부한 기업의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는 금융 투자자들 역시 번영할 것이다. 무형자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 회계의 유용성이 감소해 좋은 주식 연구와 기업 경영에 대한 통찰의 중요성은 커질 것이다. 이는 투자자들에게는 도전이 될 텐데, 한편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많은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식 자금 분석이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다각화(주주들이 무형 투자의 스필오버 효과로부터 이득을 얻게 해준다)와 집중된 소유권(분석 비용을 감소시킨다) 사이의 내재된 긴장 때문이다. 357p
반면 정치인들이 무지 반응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상황이 있으니 그것은 느리고 점진적인 변화다. 무형 경제의 부상은 그런 변화 중 하나다. 우리가 살펴봤듯이 무형 투자는 30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꾸준히 증가해왔다. 갑작스러운 충격도 긴급한 기자회견의 구실도 비상대책 패키지도 없었다. 그것을 ‘혁명’의 프레임으로 보려는 일부 전문가와 비평가의 시도가 주기적으로 있긴 했지만, 혁명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그것은 최고의 정치 의제로 만들기에는 너무 느리고 감지하기가 힘들다. 360p
성공한 자본주의는 민간 기업들이 자신들이 한 투자로부터 상당한 수익을 거둘 거라는 합리적 기대를 가진다는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면 기업들의 투자 인센티브는 줄어들고 정부는 불가피하게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상당한 정부자금을 지원받는 기초연구처럼 일부 중요한 무형자산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미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형자산이 풍부한 성공한 나라들이 (여기에 국한된 건 아니지만, 과학적 연구개발을 포함한) 무형자산에 대한 더 많은 공공투자를 감행하기를 기대한다. 무형자산이 경제 전반에서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경제에서 투자의 더 큰 비중은 공공자금으로 조달될 것이다. 361p
마지막으로, 정부는 무형자산이 부추기는 듯한 특정 유형의 불평등이라는 딜레마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아내야 한다. 어찌 보면 우리가 5장과 6장에서 봤듯이 무형 투자의 증대가 불평등과 사회적 분열을 확대하는 것 같다. 그런데 8장에서 봤듯이 무형자산의 스필오버와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좋은 사회적 제도와 신뢰가 필요하다. 362p
무형자산의 스필오버를 감소시키기로 약속한 정부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선택은 이 법규들을 더욱 강화하고 확장하는 것이다. 법은 특허권, 디자인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지식재산권 및 경쟁금지 조항(직장교육을 받은 노동자들이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듦으로써 회사가 교육의 스필오버를 감소시키는 데 일조한다)의 용인이 더 광범위하고 더 오래도록 지속되게 할 것이다. 향후에는 그로 인해 지식재산권 보호의 취득이 더 저렴해질 수 있다. 366p
무형자산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보에 입각하고 다소 안정적인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하여 신중하게 검토한 규칙이 경제에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이를 위해서는 투자(표준 개발은 거저 생기지 않는다)와 사회적 자본이 필요하다. 사회적 자본이 불충분한 사회, 분열되고 까다롭고 호기심 없는 사회는 프라이버시 같은 것에 관한 원칙이 달성해야 할 목표―그런데 투자 촉진에 관한 한 안정성이 명확한 규범의 채택보다 중요할 수 있다―에 관해 불안정하고 변덕스러운 시각을 갖기 쉽다. 이런 규범들을 확립하고 강화하자면 비용이 든다. 거기에는 적절한 자금을 지원받은 특허청과 규제기관이 필요하며, 정부는 (단지 가장 돈이 많은 로비스트의 의지에 따르는 게 아니라) 공정한 규제를 시행하기 위해서 정치적 자본을 지출해야 한다. 369p
계획제한의 비용 변동에 대한 감을 잡기 위해 지리학자 크리스천 힐버(Christian Hilber 2016)가 제시한 런던의 극적인 사례를 고려해보자. 런던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남서쪽으로 10마일 떨어진 리치먼드 공원(Richmond Park)의 헨리 8세 마운드(King Henry VIII Mound) 언덕에 가면, 당신은 세인트폴 돔 지붕의 ‘열쇠구멍’ 전망을 창출하는 1700년대 초에 심은 나무들로 된 거리를 발견할 것이다. 그 전망은 1710년 이후로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 그토록 오래 살아남은 걸까? 그 경관은 이름하여 런던조망관리체계(London View Management Framework)라는 도시계획 규제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1 이 규제는 리치먼드 공원에서 세인트폴 성당까지의 시야에 걸리는 대형 건축물을 금지한다. 또한 세인트폴 뒤편에도 큰 건물을 허용하지 않는데, 계획자들은 그렇게 되면 이 전망에 부적절한 배경이 될 거라고 결론 내렸다. 런던조망관리체계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London View Management Framework 2012, 단락 175). “(신축 건물) 적용을 결정할 때 가장 근본이 되는 요인은 조망의 배경 개발은 성당에 종속된다는 점, 그리고 돔 상부의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한 프로필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힐버의 말처럼, “이 경관은 분명 인근에 사는 사람들이나 하이커들에게는 즐거움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천문학적이고 갈수록 불어나는 경제적 ‘기회비용’을 틀림없이 부과하고 있다……. 공급 제한을 통해 보호된 풍경은 런던 시민 전체의 주거비를 올리고 자본의 생산성에 역효과를 준다”. 374p
우선 정부는 기업들이 지식재산―재산권이 부여될 수 있는 무형자산―을 담보로 대출받는 것을 더 용이하게 만들 새로운 형태의 부채 금융들을 장려해야 한다. 정부는 보통 금융혁신을 일으킬 수는 없지만, 그것이 더 수월해지게는 만들 수 있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정부는 한편으로는 보조금으로, 또 한편으로는 지식재산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이를테면 특허청)에 은행과 함께 법률적·기술적 장벽을 낮추는 작업을 하라고 지시함으로써 무형자산 담보대출 장려계획을 시행해왔다. 375p
은행은 만일 당신이 대출상환을 할 수 없을 경우 당신의 승합차 또는 사무실에는 비용을 청구하거나 선취득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전매 프로세스나 브랜드에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기업은 이자지불에는 세제 혜택을 요구할 수 있지만 주식비용에는 그럴 수 없기 때문에, 부채는 주어진 어떤 위험 수준에서도 주식보다 저렴하다. 무형 투자가 더욱 중요해짐에 따라 이런 왜곡은 투자를 점점 더 가로막을 것이다. 375p
주식 자금 조달에 세금 공제를 해주는 것―다시 말해 주식비용을 반영한 금액만큼 기업의 세금 부과액을 감면해주는 것―은 이 왜곡을 교정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부채이자 지불에 세금을 부과하긴 하지만 보상을 위해 전체 세율을 낮추는 것이다. 375p
국부펀드나 대규모의 기증된 국영 연금기금을 운영할 만큼 운이 좋은 그런 정부가 할 수 있는 다른 전략도 있다. 우리가 살펴봤듯이 최대 기관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지원해온 개별 기업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무형 투자의 스필오버들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대규모 국가기금은 특정 생태계 투자에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피델리티(Fidelity)가 엘론 머스크의 무형 집약적 비즈니스 왕국 전반에 투자해왔다고 보고된 것처럼 말이다〕. 376p
결국 기업이 스필오버 가능성이 높아서 투자를 자제한다는 근본적 동기는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형자산은 해마다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므로, 투자 부진 문제는 더욱 악화할 것이다. 378p
첫째는 자사의 투자로 생기는 이익뿐 아니라 다른 회사의 투자 이익을 흡수할 능력을 가진 것 같은 소수의 지배적인 거대기업이다. 이것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문샷〔moonshot: 원래 1969년 인류 최초의 달 탐사선 발사를 뜻하지만, 구글이 ‘문샷 사고(moonshot thinking)’란 말을 쓰면서 원대한 목표를 갖고 획기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혁신적 프로젝트를 의미하게 됐다―옮긴이〕 스타일의 R&D 프로그램을 후원할 때나 대도시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하는 데 아낌없이 돈을 쓸 때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한 한 가지 해석이다―만일 당신의 회사가 충분히 크고 다양하다면, 이런 종류의 투자는 당신의 현명한 이기심에 도움이 될 터이다. 379p
최후에 의지할 투자자로서 정부가 남는다. 만일 기업이 무형 투자의 자금을 마련하는 데 더욱 고전하고 있고 무형 투자는 경제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 그런데 우리가 투자의 부족분을 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정부의 투자자로서의 역할은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는 결론을 피해가기는 힘들다. 정부가 특히 공공 R&D와 훈련 보조금의 형태로 기업들이 사용하는 무형자산에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선진국들에서는 이것이 분명 완전히 낯선 개념은 아닐 터이다. 영국에서는 전체 R&D의 3분의 1, 그리고 초기단계 R&D에는 한층 더 큰 비중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공공 부문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부가 자금을 댔다고 해서 모든 무형 투자가 잘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는 어떻게 하면 광범위한 과오투자(malinvestment)를 초래하지 않으면서 무형자산의 공공투자를 늘릴 수 있을까? 현실적인 옵션이 약간 있긴 하다. 380p
공공 연구개발 자금. 첫 번째는 정부의 R&D 지출을 늘리는 것, 즉 대학 연구나 공공 연구기관이나 기업 들이 수행하는 연구에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이다. 연구비 지불은 정부가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투자 중 가장 이견이 없는 유형이다. 좌파 진영에서는 제레미 코빈(Jeremy Corbyn)과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우파 진영에서는 피터 틸, 그리고 중도파의 상당수 정치인과 전문가에게 인기가 있다. 그 근거는 우리의 무형자산 4S 중 하나를 상기시킨다. 바로 스필오버다. R&D의 수익은 거기 투자한 사람이나 기업이 언제나 확보할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기업은 전체 경제에서 최적인 수준에 못 미치는 R&D를 수행하며, 따라서 정부로서는 대학이나 연구소에 자금을 대거나 기업에 R&D를 할 보조금이나 세금감면을 제공하면서 개입하는 정당한 역할을 갖게 된다. 2013년에 OECD 국가들은 전부 합쳐 정부지원 R&D에 약 400억 달러를, R&D 감세에 또 다른 300억 달러를 썼다(Appelt et al. 2016). 381p
미국의 85개 카운티(county)에 위치한 135개의 단과대학과 종합대학 표본을 사용한 결과, 그들은 주식시장이 호황이어서 더 높은 삭감으로 이어질 때는 대학 활동의 증가(대부분은 연구 결과물의 증가다)가 실제로 지역사회의 소득을 상승시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따라서 대학 연구와 지역의 경제적 성공 사이에는 스필오버적 연관성이 있으며, 그것은 오랫동안 지속되지만(그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적어도 5년) 평균적으로는 경미하다. 흥미롭게도 그 연관성의 강도는 저마다 다르다. 만일 (a) 대학이 연구 집약적이고, (b) 지역사회의 조건이 그 연구를 흡수하기에 더 좋다면 연관성은 커진다. 그 조건이란 현지의 기업들이 더욱 전문적이고 과학기술 측면에서 대학 연구에 좀더 가깝다는 것이다(이를테면 기업이 대학의 특허를 인용하는 경우다). 383p
공공 조달. 정부가 현실적으로 무형 투자의 자금을 댈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조달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 군대가 1950년대에 반도체 산업의 개발자금을 후원했을 때 R&D의 비용만 지원한 것은 아니었다. 선도적 고객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종종 원가 가산 방식에 기초해 지불함으로써) 그들은 반도체 칩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필요한 무형자산에 투자하는 미국 기업에 실질적으로 자금을 댔고, 이는 기업이 상업적 시장에 진출했을 때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투자였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대만 정부의 초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특히 과학기술부처인 ITRI를 통한 지원)도 마찬가지로 작용했다. ITRI는 단지 R&D에만 투자한 것이 아니라 UMC와 TSMC 같은 회사를 인큐베이팅했고, 그들이 반도체 주조공장을 실제로 운영하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연결시키는 데 필요한 무형자산에 투자했다. 초창기 산업 지원에서 산업 정책의 성공률은 미결 문제다. 그러나 그것이 효과가 있다고 한다면 연구개발이 아닌 공공 무형자산에 대한 정부 투자의 한 사례가 된다. 385p
반대로 운이 없는 바왕국은 연구나 교육이나 그 외 무형자산의 공공 투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그것은 이 나라의 다른 결점들과 합쳐져 현저하게 낮은 투자 수준과 10년간의 실망스러운 생산성 증가를 야기했다. 정부는 투자하고 경제는 번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서도 공공 투자 확대가 왕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확신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유권자들 대부분이 연구에 대한 투자를 여전히 협소하고 기술관료적인 관심사로 여기기 때문이고, 또 한편으로는 정부를 괴롭히는 잦은 부패 스캔들 때문에 공공 투자가 합리적이거나 공정하게 배정될 것이라는 신뢰를 어느 국민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399p
이것은 정부를 유난히 성가시게 하는 이중의 딜레마를 생성한다. 우선 미래 경제의 지배적 생산 양식은 불평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며, 많은 유권자들은 그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에 덧붙여 정부는 무형 경제가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단히 분열적인 형태의 불평등이 실제로는 번영하는 무형 경제의 기초가 되었던 사회제도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어떤 나라와 어떤 장소가 더 성공할 것인지 예측하게 해줄 연구자들에 의해 고안된 많은 지표가 있는데, 여기에는 신뢰, 권력거리(power distance, 그 사회의 위계질서가 얼마나 심한가) 및 경험에 대한 개방성(사람들이 새로운 것들에 대해 얼마나 흥미가 있고 관대한가)이 포함된다. 이 중 일부는 뿌리 깊은 문화적 특성이다. 그러나 그 외의 중요한 요인은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매우 불평등한 사회는 낮은 신뢰를 표출할 가능성이 높다. 매우 보수적인 사회는 경험에 덜 개방적일 것이다. 알렉스 벨(Alex Bell)과 그의 동료들에 의한 최근의 연구(Bell et al. 2016)는 첨단기술에 대한 조기 노출이 미국인들이 이후의 삶에서 발명가가 될 확률을 훨씬 높였고 이런 조기 노출은 부와 계층의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것은 초등학생들이 과학기술에 노출될 기회를 더 많이 만들수록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인력 풀이 늘어날 것이며, 그리하여 나라에서 무형자산들 간에 긍정적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더 커질 거라는 사실을 함축하고 있다. 불평등은 또한 기업 차원에서도 경제적으로 비생산적일 수 있다. 게다가 무형자산이 풍부한 강력한 기업들은 부당한 혜택을 위해 정부에 로비할 인센티브를 갖고 있는데, 그것은 다시 다른 기업들의 투자 인센티브를 가로막는다. 403p

제11장 결론

이런 특성들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리는 그것들이 다음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a. 장기 불황. 투자는 일부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나치게 저조해 보인다. 무형자산의 확장성은 수익성 높은 대기업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며, 선도 기업과 후발 기업 간의 생산성과 수익성 격차를 확대한다. 대침체 이후 무형자본의 구축 속도가 더뎌지면서 스필오버를 막지 못했고, 확장 가능성은 줄었으며, 이로 인해 총요소 생산성이 둔화했다. b. 불평등. 시너지와 스필오버가 경쟁업체들 간의 수익 격차를 벌림에 따라 소득 불평등이 증대하고, 조정 능력을 갖춘 경영자와 리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다. 스필오버와 시너지가 풍부한 도시들이 갈수록 매력적이 되고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킴에 따라 부의 불평등이 증대한다. 경험에 대한 개방성 같은 심리적 특성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존경 불평등이 심화된다. c. 특히 기업 투자의 자금 조달과 관련한 금융 제도의 도전 과제. 부채 금융은 매몰되는 자산이 더 많은 기업에 부적합하다. 상장주식 시장은 적어도 일부 무형자산을 과소평가하는 듯하다. 한편으로 그것은 이러한 자산에 대한 과소보고 때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형자산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이기도 하다. 무형자산의 매몰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책인 벤처캐피털은 현재 다수의 업계로 확장하기는 어렵다. d. 인프라에 대한 새로운 요구. 특히 유형자산에서 무형자산으로의 전환은 대도시의 IT 인프라와 저렴한 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증가시키는 한편 ‘소프트 인프라’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지게 만들었다. 거기에는 규범과 표준, 사람들과 정부와 기업 사이의 협력과 상호작용을 관장하는 규칙들이 있다. 40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