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
2018년 <네이처 에너지>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중국이 전력 수요의 과반을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으로만 맞춘다면, 중국 전기차는 제품 수명 주기 전체에 걸쳐서 내연 기관 자동차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중략) 미래 신기술이 만들어낼 멋진 신세계가 우리가 기대하는 것만큼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클린 미트'라 불리는 인공 배양육은 기존 축산업보다 환경을 더 많이 오염시킨다. 13p
•
그레타 툰베리는 15일 만에 항해를 마치고 뉴욕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런데 독일의 한 일간지에서는 그레타 툰베리의 요트 횡단이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배를 이동 수단으로 선택하면서 안전을 위해 그와 함께 여러 명의 선원이 동행해야 했다. 선원들이 돌아올 땐 항공편을 이용할 예정이었다. 14p
•
세륨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15톤짜리 바위를 정제해야 하며, 갈륨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무려 50톤짜리 바위를 처리해야 한다. 루테튬은 이보다 훨씬 심하다. 루테튬 1킬로그램을 얻으려면 바위 1200톤을 정제해야 한다. 요컨대 희귀금속이란 지구를 에워싼 껍질층의 유효 성분, 즉 경이로운 특성을 가진 원자의 농축이자 수십억 년 동안 이어진 지질 활동이 우리에게 남긴 최선의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정제된 희귀 금속 극소량은 똑같은 양의 석탄 또는 석유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기장을 방출한다. 그러니 희귀 금속은 '녹색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수십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는 화석 연료를 대체할 자원이기 때문이다. 22p
•
각지에서 만난 희귀 금속 관련 업계 사람들은 우리에게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에 관한 아주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희귀 금속을 활용해 우리가 만들어 갈 세계는 우리의 기대만큼 친환경적이지도, 평화롭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28p
•
21세기에는 새로운 국가가 희귀 금속의 수출과 소비를 통제하며 패권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바로 중국이다. 에너지 전환은 모든 국가의 과업이 되었고, 그것의 핵심 원료인 희귀 금속을 중국이 독점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따르기로 하면서 우리는 모두 중국이라는 용의 아가리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중국은 오늘날 실제로 에너지 전환의 두 축이 되는 저탄소 에너지와 디지털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되는 일련의 희귀 금속들을 독점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희귀 금속 가운데 가장 귀한 부류인 희토류의 거의 유일한 공급자다. 28p
•
우리가 추구하는 친환경적인 성장 모델은 역설적으로 석유를 활용하던 예전 모델보다 더 심각하게 환경을 훼손했다. 우리가 지금 추구하는 에너지 전환을 실행하려면 희귀 금속 채굴량을 15년마다 2배씩 늘려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향후 30년 동안 인류가 지난 7만 년 동안 채굴한 양보다 훨씬 많은 광석을 파내야 하는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다. (중략) 서양의 군대가 보유한 가장 정밀한 첨단 장비들(로봇, 사이버 무기, 미군이 자랑하는 F-35 요격기 등)의 운명 역시 부분적으로는 중국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29p
1장 희귀 금속의 저주
•
우리의 눈앞에 형체를 드러낸 그곳은 바로 광기(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광물 찌꺼기)댐, 즉 인근 제련소의 수십 개의 금속관이 토해낸 시커먼 물을 가둬두는 거대한 인공 호수였다. 넓이 10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공간을 가득 채운 뒤에도 남은 유독성 액체는 간헐적으로 황허로 흘러 들어갔다. 이곳이야말로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의 심장이 쉴새 없이 뛰는 곳이었다. 49p
•
다라해(dalahai) 마을에 도착했다. 붉은 벽돌집으로 이루어진 이 마을은 토양에 함유된 토륨의 비율이 바오터우보다 36배나 높다. (중략) 마을 공동체는 희토류 때문에 너무 큰 대가를 치른 셈이다. 30살도 안 된 사람들의 머리가 갑자기 온통 희어지는가 하면, 아이들은 몸집만 자라나고 치아는 하나도 나지 않는다. 2010년 중국의 언론은 다라해 마을에서 벌써 66명의 주민이 암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50p
•
대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세계 제1의 온실가스 발생국이 된 중국에서는 지금도 계속해서 걱정스러운 통계가 나오고 있다. 중국 영토 가운데 경작 가능한 면적의 10퍼센트는 이미 중금속에 오염되었으며, 지하수의 80퍼센트는 사용할 수 없이 불결한 상태다. 53p
2장 더러운 금속에 의존하는 친환경 세계
•
캐나다 기업 우라골드의 대표 베르나르 투리용에 따르면 하나의 태양 전지판을 제작할 때 70킬로그램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전지판에 많은 양의 규소가 쓰이기 때문이다. 태양 전지판이 앞으로 해마다 23퍼센트씩 증가하다면, 태양 전지의 전력 생산능력은 해마다 10기가와트씩 늘어난다. 다시 말해 27억 톤의 탄소가 대기 중에 배출된다는 뜻이다. 탄소 27억 톤은 거의 60만 대의 자동차가 해마다 대기에 내뿜는 양과 같다. 61p
•
2016년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에서는 "생산부터 폐기까지 제품 수명 주기의 전 과정을 본다면 전기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가솔린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전기차가 석탄을 연로로 쓰는 화력 발전소의 전력을 소비한다면 앞서 말한 통계치보다 훨씬 많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킬 수 있다. 64p
•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양의 금속이 필요하다. 해마다 전자 산업게는 금 320톤, 은 7500톤, 수은 514톤(세계 소비량의 22%)을 소비한다. 전 세계 컴퓨터와 휴대폰 제조업계에서 소비하는 팔라듐은 세계 생산량의 19퍼센트에 달하며, 코발트 또한 이 두 물품의 제조에만 전체 생산량의 23퍼센트가 쓰인다. 67p
•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의 계산에 따르면, 첨부 파일이 붙은 한 통의 이메일을 수신자에게 전달하는 데는 작은 전구 하나를 한 시간동안 켜놓을 수 있는 만큼의 전력이 필요하다. 전 세계에서 매 시간 발송되는 이메일의 양은 무려 100억 통이다. 이는 곧 우리가 주고 받는 이메일에만 시간당 50기가와트의 전력이 소모된다는 뜻이다. 50기가와트는 한 시간 동안 원자력 발전소 15개가 생산하는 전력과 같다. 그리고 단 한 개의 데이터 센터가 데이터 운반을 관리하고, 기기의 열을 내리는 냉각 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매일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은 인국 3만 명 규모의 소도시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과 같다. 69p
•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차원의 해저 케이블 망,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된 지상-지하 전기 망, 수백만 개의 정보 처리용 단말기, 무수히 많은 데이터 저장 센터, 수십억 개의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비롯한 온갖 사물인터넷과 배터리와 충전기 등을 갖춰야 한다. 비물질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토록 커다란 물리적 영향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니 이른바 비물질화 시대로의 행복한 전진은 기만에 불과하다.
•
'녹색' 또는 '탈탄소' 에너지는 사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활동에 토대를 두고 있다. 광산에서 광물을 채굴하고 제련하여 이것을 풍력 발전기나 태양 전지로 제조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전기차 덕분에 대도시에서는 대기 오염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기차 제작에 필요한 자원을 채굴하는 광산 지대는 오염으로 고통받는다. 오염의 총량은 줄지 않고, 단순히 자리만 이동했을 뿐이다. 기막힌 아이러니 아닌가? 이런 관점에서 보면,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은 상대적으로 부유한 계층만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도심의 오염을 없애는 대신, 도심보다 열악하고, 보는 눈이 많지 않은 지역으로 그 부작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80p
•
희귀 금속은 그 자체로 방사능을 지니고 있진 않으나 희귀 금속을 다른 광물과 분리하는 과정에서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방사능이 방출된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바오터우의 독성 물질 저수장이나 바얀 오보 광산 주변의 방사능 오염도는 현재 체르노빌에서 측정된 방사능 농도보다 2배나 높다. 만약 상식적인 규정에 따라 채굴을 진행했다면, 채굴 과정에서 발생한 찌꺼기들은 수백 년 동안 격리했을 것이다. 81p
•
미래엔 어쩌면 디젤게이트 때처럼 일종의 '전기게이트'가 터지고 전 세계에서 줄소송이 잇따를지 모른다. 우리는 이토록 명백한 사실들 앞에서 어떻게 이토록 오랜 시간 맹목적일 수 있었는지 자문하게 될 것이고, 정재계는 물론 수많은 환경단체가 지지해 온 합의가 오히려 모순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가리고 있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차라리 핵에너지가 이것을 대체하기 위해 고안한 신기술보다 덜 해로우며, 우리의 에너지 믹스에서 핵에너지를 배제하긴 곤란하다고 실토하게 될지도 모른다. 83p
•
유럽 신화학물질 관리 제도(REACH)를 예로 들어보자. 이 제도는 소비재에 함유된 3만 종 이상의 화학 물질과 관련한 보건 위생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러한 규제는 5억 명의 유럽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조치였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유럽 제조업계의 역동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규제에 발목이 잡힌 업체들은 무수히 많은 불법 물질 제조를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품 생산까지 멈출 수는 없었다. 결국 유럽은 규제가 없는 나라의 업체가 생산한 화학물질을 구매해 사용했다. 99p
•
20세기의 마지막 20년 동안 중국과 서양은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을 위해 그동안 맡아온 역할을 서로 바꾸었다. 중국인들은 녹색 기술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더렵혔고, 서양은 중국이 생산한 부품을 사들여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ㄱ 되었다. 로렌스 서머스가 말했듯 세계는 더러운 자들과 깨끗한 척하는 자들로 양분되어 재편성됐다. (중략) 희귀 금속 분야에 종사하는 한 캐나다 출신 사업가는 "우리는 중국이 우리 대신 희귀 금속을 생산하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데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며 통 큰 도량을 보였다. 99p
•
서양은 마치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 숨겨둔 자회사에 빚을 몽땅 달아둔 다음, 주주들에게는 화려한 매출만 보여주는 기업처럼 행동한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생태계 보호 관련법을 제정하고 이에대해 자부심을 느끼지만, 등 뒤로 숨긴 손으로는 자신들이 만들어 낸 전자 쓰레기들을 가나의 유독성 폐기물 하치장으로 슬그머니 옮기고 있다. 102p
•
1990년대의 세계 전망은 밝았다. 많은 국가가 그들의 저축을 끝내기로, 즉 비축해둔 전략 자원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1990년대 이후 프랑스 정부는 중앙은행의 금고에 보관 중이던 백금과 팔라듐 비축분을 꾸준히 처분했다. 미국 또한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희토류, 리튬, 베릴륨 비축분을 고스란히 처분했다. (중략) 갑작스럽게 과도한 양이 풀리자 원자재 가격은 계속 하락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물자가 풍족한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됐고 낙관적 전망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새로운 풍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착각은 원자재 국제 거래와 관련한 족쇄가 폐지되면서 한층 더 강화되었다. 103p
•
합리적이고 유물론적인 21세기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화물 숭배에 빠져 있다. 우리 조상들은 7만 년 동안이나 결핌의 두려움을 안고 살았지만, 우리는 이런 두려움을 모르는 세대다. 우리는 산더미 같이 쌓인 물건을 보면서 그것이 어디서 왔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일엔 대가가 따른다. 공급망의 세계화로 우리는 구매력을 얻었지만 동시에 산지에 관한 지식은 잃었다. 110p
4장 세계 무역 전쟁
•
우려되는 지점은 바로 자원 분포 현황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인듐의 44퍼센트, 바나듐의 55퍼센트, 형석과 흑연의 65퍼센트, 게르마늄의 71퍼센트, 안티몬의 77퍼센트를 한 나라가 생산한다. 바로 중국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중국이 전 세계 규소 생산량의 61퍼센트, 게르마늄의 67퍼센트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 지질조사국의 보고서 내용과 거의 같다. 또한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84퍼센트, 희토류는 무려 95퍼센트를 차지한다. 브뤼셀 정부는 담담하게 결론지었다. "중국은 주요 원자재 공급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다". 113p
•
1992년 봄, 바얀 오보의 희토류 광산을 시찰하던 중 덩샤오핑은 다음과 같은 예언자적인 경구를 남겼다고 한다. "중동엔 석유가 있고,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 이 한 마디에 모든 게 함축되어 있다. 116p
•
2005년에 6만5000톤으로 정해졌던 중국의 희토류 수출 한도량은 이듬해부터 6만2000톤 미만으로 줄었고 2009년에는 5만 톤으로, 2010년에는 3만 톤으로 줄었다. 가령 2001년 8월 중국은 유럽연합에 수출하는 몰리브덴의 수출 한도량을 설정했다. 게다가 중국은 2007년부터 2008년까지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출 관세까지 징수했다. 116p
•
불공정했던 건 사실이지만, 어쨌건 이 게임으로 중국 외부에 포진했던 대다수 자석 제조업자들은 쓰라린 패배를 맛보았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일본, 미국, 유럽이 자석 시장의 90퍼센트를 장악했지만, 현재는 중국이 세계 자석 생산량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한 마디로, 광물 생산 독점권을 쥔 중국은 '자원을 원하면 기술을 내놓으라'는 협박으로 광물 가공 기술에 대한 독점권까지 확보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산업 가치 사슬의 두 단계를 독점하게 됐다. 141p
•
해외의 자석 공장 이전을 부추겼던 중국은 동시에 자석을 활용하는 모든 다운스트림 단계의 산업체들 또한 바오터우 자유 산업 단지로 이주하도록 추진했다. "중국은 이제 전기차, 발광 물질, 풍력 발전기 터빈까지 제작합니다. 가치 사슬 전체를 장악했다고 봐야겠죠." (중략) 바오터우는 이제 구질구질한 광산 지대로 소개되지 않는다. 중국은 '희토류 실리콘 밸리'라는 표현을 선호한다. 143p
•
서양은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이제야 제대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광물을 지배하는 국가가 제조업을 지배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국가가 천연자원에 대해서만 중국에 의존했으나 이제는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 기술까지 그들에게 의존하게 되었다. 그 기술들이 전부 광물자원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147p
6장 중국 자본주의의 모든 것
•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농업 정책을 폐기한 뒤 이렇게 선언했다. "국가의 생산력은 과학에서 나온다. "이후 중국의 지도자들은 대대로 마오쩌둥의 국가관을 따랐다. 2006년 후진타오 총통이 "과학 기술이 중국 발전 전략의 중추다."라고 천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57p
•
무엇보다도 중국은 다양한 녹색 기술을 개발하며 그 분야의 리더로 부상했다. 중국은 공해 발생국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녹색 에너지 생산 세계 1위, 태양광 설비 제조 세계 1위, 수력 발전과 풍력 발전 투자 세계 1위, 신에너지 자동차 제조 세계 1위, 국가로 발돋움했다. 베이징은 또한 생태 친화적인 '녹색 도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결과 톈진, 동탄 차오페이뎬, 우한, 창신뎬, 타이중, 신주를 포함한 수백 개 지역에 저탄소 도시 혹은 마을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2015년 이 신기술 산업에 모인 투자금은 1000억 달러가 넘는다. 163p
•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정책을 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며 이렇게 경고했다. "전기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차 제조 산업은 미국에 너무도 중요한 분야입니다. 세계 에너지 산업은 앞으로도 미국이 책임지관리해야 하며, 다른 나라가 장악하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2020년에는 중국이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80~90퍼센트를 생산했기 때문이다. 희귀 금속 생산을 독점하고 녹색 기술의 강자가 된 중국은 유럽과 일본, 미국을 제치고 녹색 기술 산업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되고자 한다.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의 경제 분야에서 위대한 승리자가 되기를 꿈꾸는 것이다. 163p
•
연간 희토류 시장의 매출은 65억 달러다. 이는 고작 석유 시장 배출의 276분의 1에 해당하므로 시장 규모 자체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희토류는 우리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에 쓰인다. 그러므로 금속 산업이 미치는 여파는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의 여파로 광물 생산 기업이나 풍력 터빈, 전기차 등을 제조하는 공장들이 폐쇄되었고, 이는 그들 국가의 무역 수지나 세수입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위에서 소개한 두 연구의 통계에서 이 같은 점은 반영되지 않았다. 165p
•
재생 에너지로 승부수를 던진 중국은 서양이 주도하던 화석 연료 기반의 기존 산업 체계를 와해시켰고,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 체계를 정착시켰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이 에너지 전환 국면을 반기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는 에너지 전환이라는 새로운 길, 미국 산업을 크게 뒤흔들어 놓을 그 길로 들어서기가 꺼려졌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20세기 내내 미국 권력의 기반이던 석유 에너지 모델이 영원하길 바랐을 것이다. 167p
7장 지정학 군사 전쟁
•
희귀 금속은 전쟁 무기 제조에 필수적이다. 탱크, 구축함, 레이더, 스마트 폭탄, 대인 지뢰, 야간 투시경, 수중 음파 탐지기, 심지어 미국 해군이 페르시아만에서 시험 포격했던 꿈의 신무기, 레이저 대포에도 모두 쓰이기 때문이다. (중략) 새로운 전쟁에는 서버와 드론, 레이더 전투기, 위성 편대, 우주 발사용 로켓 등 새로운 무기가 필요하고, 새로운 무기를 제조하려면 희귀 금속이 필요하다. 전장의 고도를 높일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깊은 지하로 들어가야 한다. 173p
8장 에너지 전환의 미래
•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의 연구원 올리비에 비달에 따르면 풍력 터빈 시장이 성장하려면 지금부터 2050년까지 강철 32억 톤, 알루미늄 3억 1000만 톤, 구리 4000만 톤이 필요하다. 올리비에 비달은 "풍력 터빈 인프라를 지을 때는 전통적인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 설비를 지을 때보다 콘크리트는 15배, 알루미늄은 90배, 철과 구리, 유리는 50배 이상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2017년 세계은행 또한 같은 주제를 연구했는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소나 태양광 발전도 별반 다르지 않다. 196p
•
그는 "세계 금속 소비량이 해마다 3~5퍼센트씩 증가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2050년까지 인류가 태초 이래 채굴해온 금속보다 많은 양의 금속을 캐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음 하 세대에 선조들이 2500세대를 거치며 7만 년 동안 소비한 광물보다 더 많은 광물을 소비할 예정인 것이다. 이제까지 지구에 살았던 1080억의 인간보다 우리 75억 동시대인들이 더 많은 광물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울 거라는 뜻이다. 197p
•
첫 번째는 자원의 희귀성을 부정하는 경향이다. 아직도 광물자원이 언제까지고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중략) 두 번째는 광업 인프라 부족이다. 광산 활동을 개시하는 데 드는 시간은 놀랄 만큼 길다. "광산 공사에 착수한 뒤 실제로 광물을 캐낼 수 있게 되기까지는 대략 15년에서 2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립니다." (중략) 마지막으로 세 번째 요인은 에너지 회수율이 낮다는 것이다.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금속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양은 너무 많고, 그렇게 생산한 금속이 발생시키는 에너지양은 너무 적다. 예컨대 금 1.5그램을 얻으려면 바위 1톤을 깨야 한다. 201p
•
오늘날의 광산업자들은 30년 전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투입해서 10배 적은 양의 우라늄을 채굴한다. 우라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광물자원이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광산업자들은 1980년대와 같은 비율의 금속을 함유한 광산이라면 "보기 드문 대박"으로 평가한다. 바르디는 "광업 개발의 한계는 광물의 양이 아니라 에너지에 좌우된다"고 설명했다. 203p
•
2010년의 수출 금지령 직후 상한가를 찍은 희토류 가격은 그 후 폭락했다. 폭락을 설명할 수 있는 뚜렷한 원인은 없었다. 수요와 공급 사이의 긴장이 계속 팽팽하게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분석가는 중국이 고의로 가격을 하향 조정하는 거라고 판단했다. "중국은 희토류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릅니다". 영국의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에클스턴이 개탄하며 말했다. 중국은 생산한 자원을 자국 내에 묶어둘 수도 있고, 한꺼번에 풀어서 시장 가격을 후려칠 수도 있다. 따라서 중국에 속하지 않은 광산 기업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경영 모델을 구상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갑작스럽게 광물 가격이 5배, 10배씩 떨어진다면 어떻게 파산을 면할 수 있을까? "중국의 목적은 모든 대안 사업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그냥 지지부진한 상태로 유지되길 바라고 있죠." 크리스토퍼 에클스턴이 주장했다. "일단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광산을 헐값에 차지하는 게 그들의 속셈입니다." 209p
•
그는 자국 내에서 광업 활동을 재개하는 데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 잘 알고 있다. 이것은 논의의 본질을 바꿔놓는 중대한 문제다. 지금까지는 중국이 원자재 시장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국제 무역의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 있었으나, 프랑스에서 광업 활동을 재개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광업 활동의 모든 결과를 오롯이 프랑스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니만큼 사안에 대한 격렬한 논란이 이어졌고, 정부의 광업 추진을 강력히 반대하는 노선이 형성되었다. '지구의 친구들'이라는 단체는 프랑스 정부가 약속하는 책임 있는 광산이 환상에 불과하다면서 광업 재개에 관한 정부의 '가짜 진실'을 맹비난했다. 215p
•
그들은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이 곧 유전을 희귀 금속 광산으로 대체하는 것이며, 따라서 기후 온난화를 막으려면 광업 활동을 재개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215p
•
2015년 미국은 우주의 돌덩이에 가격을 매기기 시작했다. 가령 그 해에 지구를 아주 가까이 스쳐 간 소행성 2011 UW-158의 값은 5조 4000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 소행성에는 희토류 9000만 톤과 백금 1억 톤(인류가 이제까지 지구에서 캐낸 백금을 다 합한 것보다도 많은 양이다)이 매장되어 있었다. 우주 광물자원의 소유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 오바마 대통령은 '우주 채굴업자'로 불리는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이 그들의 야심을 실현할 수 있는 법적 안전 장치를 마련해 주었다. 22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