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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사건으로 보는 돈의 역사

완독일
2022/06/03
카테고리
금융
경제
작가
홍춘욱
출판사
로크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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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메디치 가문부터 암스테르담 은행까지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상업 금융 엘리트 가문으로는 이탈리아의 스트로치(Strozzi), 곤디(Gondi) 등이 있고, 그다음 시대를 선도했던 독일의 대가문 푸거(Fugger), 벨저(Welser) 등을 꼽을 수 있다. 동유럽 광산 개발, 이탈리아와의 교역, 식민지 상품 거래 등으로 엄청난 부를 쌓고 금융업에도 손을 댄 푸거 가문의 경우에서 보듯, 상업 대가문들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면 거의 모든 곳에 손을 댔다. 그런데 중세 말 대규모 상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국가로부터 특권을 부여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대상인들은 정부에 자금을 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 사업과 정치가 긴밀하게 결탁하는 일이 벌어졌다. 54p
이런 과정을 가장 극적으로 밟은 예가 바로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은 14세기 후반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로마 교황청의 외환거래를 전담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당시에는 금화, 은화, 금속 주화 등 다양한 주화가 공존했기에 장거리 무역이나 납세 업무 시 환전 절차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메디치 가문이 교황청의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준 것이다. 54p
특히 메디치 가문이 중시한 사업은 환어음 중개 업무다. 여기서 환어음이란 중세의 치안 불안 및 부실한 도로망이 빚어낸 상품으로, 발행자가 아닌 제2의 장소에서 이를 소지한 사람에게 여기에 적힌 액수만큼 현금으로 지불하게 하는 일종의 명령서다. 예를 들어 피렌체 상인들이 프랑스 동부 상파뉴의 정기시에서 현지 상인에게 모직물을 구입하고 물건 값을 화폐가 아닌 환어음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환어음의 발행인은 피렌체 상인이고, 수취인은 현지 상인이 지정하는 다른 도시에 사는 제3자가 되었다. 5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