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왜 유튜브 안하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프리랜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듯하다. 이유야 돈도 시간도 그럴 능력도 없기 때문이지만,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소진되지 않고 버틸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대체로 콘텐츠를 주업으로 삼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결국 먹고사는 일로 삼으려면 상품을 팔아야한다. 가끔 방송이나 강연을 하거나 원고 청탁을 받으면 충실하게 ‘납품’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는 결국 생각을 전하는 일이고 사람의 내면은 공산품이 아니다. 끝없이 자기 속에 있는 걸 끄집어내서 파는 일은 비인간적이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렇기에 전업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은 중개상, 즉 ‘미디어’가 된다. 직거래를 하는 게 아니다. 결국 오래 지속되는 콘텐츠 비즈니스는 인터뷰로 귀결된다. 처음에 자기 이야기를 팔던 이도 결국 ‘진행자’가 되지 않으면 오래 일을 할 수 없다.
예외는 있다. 유튜브를 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젠가 하게 된다면 참고할 사례는 있다. 김지윤 박사나 유현준 교수 그리고 이동진 평론가다. 이 중 둘은 뛰어난 인터뷰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콘텐츠 세계에서 인터뷰는 별미일 뿐이다. 그들은 수년째 세상만사에 대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물이 마르지 않고 말이다.
물론 박사, 교수, 이견이 없는 최고의 평론가. 각 분야의 전문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계속될 수 있는 건, 그들이 자기가 장악해서 채우고 지키는 ‘공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구독자수가 많은 유튜브 채널이기 때문이 아니다. 어떤 형식이든 간에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간을 축적해온 공간을 갖고 있다.
생각과 콘텐츠를 전하는 사람에게 ‘내 공간’을 확고히 구획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이 안을 밀도 높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없다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풀어놓고 발산하는 생각은 금방 소비되어 사라지고 사람은 소모된다. 매체가 넘쳐나는 시대는 세상에 알리기에도 좋지만, 그만큼 사람을 빠르게 고갈시킨다. 일용직의 삶은 고단하다.
자신의 공간을 세우고 그곳에 오랜 시간 생각을 축적하면 밀도가 높아진다. 이렇게 밀도가 충분히 높으면 알아서 바깥의 관심이 빨려들어온다. 생각의 삼투압이다. 모두가 분절화되고 부유하는 시대에, 단단하게 구축된 고농도 생각의 탑은 세상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고, 운이 좋다면 그들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다. 공간에 쌓인 그 밀도가 필요조건이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을 쌓아올리는 게 중요한 건, 그 곳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가꾸고 고민하며 발전한다. 남의 채널에 나가서 몇 분 떠드는 건 날품팔이일 뿐이다. 결국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내 생각을 축적해 자본으로 만들어야한다. 이동진 평론가가 기이할 정도로 독특한 공간을 구축하고, 독립된 객체로 호명하는 이름을 붙인 건 그런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의 성채이자 그 질량으로 주변을 끌어오는 별이 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