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투자한 중국 액티브 펀드가 알리바바 주식을 다 팔았다. 텐센트 외에 플랫폼 기업은 모두 처분. 텐센트는 중국판 소프트뱅크 역할을 하는 곳이니 조금 다르게 본 것 같다. 창업주가 당의 눈치도 잘봤고.
플랫폼이 일단 형성되면 수십조는 우습게 올라가는 이유는 국가가 독점하던 권력 일부를 뭉텅 가져오기 때문. 왕에게 영토를 하사받는 것처럼 국가가 갖고 있던 걸 가져온 게 플랫폼이다. 국가만 하던 공인, 중개 업무를 기업이 넘겨 받은 것.
규제 초기 전량 매도한 이유는 중국공산당의 메시지가 뚜렷했기 때문. 국가 독점을 깨는 건 허용하지 않겠다, 권력을 외주하지 않겠다. 이건 ‘플랫폼을 규제한다’는 얘기와 전혀 다르다. 동네 의사가 있다면 ‘과잉 의료를 혼내주겠다’는 게 아니라 면허를 뺏겠다는 의미.
텐센트나 알리바바의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제한한다는 것도 유럽의 개인정보 보호와는 차원이 다르다. 국가의 정보 독점권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혔다. 이러면 플랫폼 기업은 초정밀 폭탄을 쓰다가 다시 멍텅구리 폭탄이나 써야한다. 중국공산당이 텐센트, 알리바바의 DB가 아니라 국가신용시스템을 쓰기로 하면서 정해진 수순.
플랫폼은 반드시 정치적인 존재다. 국가 권력과 충돌할 수 밖에 없다. 독점은 하지만, 국가와 여론의 양해를 받아야 하는 봉건 영주 같은 것. 플랫폼을 기업으로 보는 건 기업과의 권력 분점이 전통인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하다. 미국 투자 서적 읽고 이머징에서 투자하면 자주 틀리는 이유.
중국 플랫폼 기업의 반의 반토막 사건은 두가지 교훈을 남겼다. 플랫폼은 국가의 허락 하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이머징 국가 투자의 리스크는 단순히 주가 등락 같은 게 아니라 기업이나 시장이 아예 소멸할 가능성까지 포함한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