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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위험인가

날짜
20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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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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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암호화폐 스타트업 앱에 가입한 적 있다. 알고리즘 매매로 괜찮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데, 투자 방법이 희안했다. 국내서 거래가 어려운 바이낸스를 이용해야 해 자신들 명의의 계좌로 입금해달라는 것.
그 계좌로 돈을 보냈는데, 이 회사가 도망가면? 말도 안되는 조건에 문제제기를 하니 수백명이 모인 단톡방에선 "그 정도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고 무슨 투자냐"는 힐난이 돌아왔다. 유명 유튜버인 회사 관계자가 신뢰를 담보하지 않냐고도 하니 그 방을 나왔다.
개인투자자가 늘었어도 여전히 어려운 개념이 '위험(Risk)'이다. 비트코인의 큰 변동성은 꽤 큰 수익률의 대가로 감당할만한 위험이다. 하지만 돈을 넣은 벌집계좌를 들고 도망칠 가능성은 수익률과 관련 없는 위험이다. 여전히 투자의 세계에선 이 둘을 (때론 의도적으로) 혼용한다.
리스크를 보는 시선
전문가가 생각하는 리스크=1시간 줄선 복어집의 요리가 맛이 없을 가능성
일반투자자가 생각하는 리스크=복어 요리를 먹고 중독 돼 죽을 가능성
<리스크의 과학>은 '리스크학'을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쓴 책이다. 원제는 '홍등가로 걸어간 경제학자'. 품위를 위해 출판사가 참은 것 같지만, 원제가 더 친절하다. 복잡한 수식으로나 표현되는 리스크가 뭔지 실생활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데 충실하다.
리스크를 알면 전략이 나온다. 2000년에 출판업계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최대 위험은 인터넷 포털이다. '인터넷 산업의 발달로 책이 덜 팔려서 회사가 망하는' 걸 위험으로 정의했으면 헤지할 수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네이버의 주식을 사는 것. 나는 출판사로 출근해도 내 돈은 인터넷 산업에 투자하는 헤지다.
리스크는 목표에 따라 감당할 양이 달라진다. 커리어와 자산의 안정적인 성장을 원하는 직장인이면 대규모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를 갖고 있는 건 위험하다. 내 커리어와 자산을 모두 한 회사에 몰빵 투자하는 건 안정적인 목표와 맞지 않다. 네이버 직원은 차라리 카카오 주식을 사놓는 게 맞다. 하지만 단기간에 인생 역전이 목표면 해볼만한 베팅이다.
직장인은 채권일까, 주식일까? 대다수는 채권이다. 30년 정도 고정이자를 지급하고 끝나는 채권. 대다수는 급여가 가장 큰 수익원인 걸 생각하면 이런 직장인일수록 투자는 공격적으로 주식 비중을 높이는 게 적절하다. 특히 젊을수록 자산 대비 현금흐름이 크기 때문에 레버리지를 쓰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고.
채권이 아닌 직장인도 있다. 영업 성과로 보상받는 영업사원은 주식과 비슷하다. 이런 일을 하면 투자도 공격적으로 하는 성향이 큰데, 재무적으로는 오히려 안정적인 채권이나 배당주에 투자하는 게 어울린다. 고정급여를 받다가 원하면 언제든 개인 사업이 가능한 전문직은 CB 같은 존재고. 2차 채용 시장 발달 덕에 점점 많은 직장인이 CB가 되고 있다.
투자 콘텐츠 수준이 높아져 자산배분은 개인투자자도 익숙해졌지만, 커리어까지 포함한 큰 틀의 포트폴리오 개념은 아직 생소하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다 성장성, 변동성이 큰 업계로 옮겨 갔으면 자산 배분은 오히려 안정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스타트업 종사자는 성향상 벤처 투자 비율이 높은데, 특별한 정보가 있는 게 아니라면 재무적으로는 별로인 선택인 셈.
투자 얘기에서 제일 지루한 리스크 얘기를 재밌게 풀어낸 책. 마침 시장이 안좋은 시점이니 읽어보면 투자 수준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