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타다 사건에 이어 또 한번 플랫폼 논쟁이 붙었다. 로톡과 신경전을 벌이던 변호사협회가 기어코 플랫폼 소속 변호사 징계 카드를 꺼냈다. 이런 갈등은 어디에나 있지만 변협이나 택시단체처럼 힘 센 단체가 뛰어들면 판이 커진다. '혁신 vs 질서' 프레임으로 유통되는 플랫폼 갈등은 앞으로 더 자주 볼 일이다.
타다 때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논쟁이 벌어지면 기득권 세력은 현행법을 근거로 들고, 플랫폼은 법의 틈새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준법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어떤 시스템이 더 많은 부가가치를 효율적으로 만드는지다. 더 좋은 제도가 우선이고 법은 여기에 맞춰 바뀌는 게 정상이다.
법이 자꾸 플랫폼과 충돌하는 이유는 뭘까. 법은 일종의 보증서다. 택시 면허가 있는 건 길에서 아무 택시나 믿고 타도 험한 꼴을 당하지 않을거라는 믿음을 국가가 심어주기 위해서. 택시 위에 얹고 다니는 캡은 국가가 찍어준 보증 도장이다. 정보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사람들이 믿을 건 국가의 보증 밖에 없었다.
그러다 플랫폼이 등장했다. 이젠 길에서 아무 차를 잡을 필요가 없다. 스마트폰을 켜면 기업이 계약한 운전자가 뜨고 그의 정보도 플랫폼에 나온다. 가장 큰 원천은 다른 승객이 남긴 별점이다. 앱에 뜬 별점과 기사평가, 앱 자체가 신뢰를 준다. 택시 위에 캡을 씌워주던 국가의 역할은 기술기업의 손으로 넘어간 것이다.
타다가 등장했을 때 '타다가 한 게 뭐냐, 배차 연결 말고 한 게 있냐'는 비판도 있었다. 이건 모든 플랫포 업체게 가해지는 비판이다. 그저 연결했을 뿐인데, 무슨 부가가치를 만들었냐는 얘기다. 플랫폼은 부가가치를 만든다. 법이나 국가만 창출하던 '신뢰'라는 중요한 자산을 만들어낸다.
해외 여행을 가 모르는 현지인의 집에서 자는 건 목숨을 건 도박이다. 이런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게 만든 에어비앤비는 100조짜리 기업이 됐다. '메리어트'라는 고풍스러운 브랜드의 인장이 하던 일을 이젠 앱이 훨씬 수월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여행으로 비운 집에 청소부와 펫시터를 불러 문을 열어줄 수 있게 한 기업은 마찬가지로 엄청난 가치를 만들고 있다.
이 신뢰에는 다양한 기대가 포함돼 있다. 기대하는 서비스를 공급 받을 수 있을지(공급량), 피해를 입진 않을지(품질), 피해를 입었을 때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피해 보상) 등이다. 이 미션을 모두 해결하면 막대한 신뢰 자산이 그 앱으로 이동해 유니콘이 된다. 반면 위워크처럼 이미 기존 체제에서 원활하게 '신뢰'가 유통되던 시장에선 플랫폼이 기를 못펼 수 밖에 없다.
'브랜드'와 면허라는 고색창연한 도장이 하던 역할은 플랫폼으로 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플랫폼은 공중으로 흩뿌려지던 '평판'을 별점이란 것으로 붙잡아 생산자의 자산으로 만드는 또 다른 가치도 만들고 있다. 소비자에겐 '불신'이란 비용을 줄여줘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생산자에겐 그의 성실함을 신뢰 자산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물론 플랫폼을 보는 기존 노동자들의 두려움도 있다. 플랫폼은 슈퍼스타를 낳는다. 정보 비대칭은 그저 지리적 인접성이나 인맥에 기대어 그럭저럭 먹고 살게 해준다. 별점이 없던 시대에 뜨내기를 상대하던 관광지 식당이 그랬다. 하지만 정보가 공개되면 1등 공급자는 2등보다 몇 배의 수익을 거둔다. 2등도 마찬가지다. '불평등' 하지만 실력으로 일군 공정한 결과다.
소비자들의 신뢰는 로톡이라는 플랫폼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모호한 레퍼런스는 세세한 리뷰와 별점으로 대체됐다. 화려한 홍보 문구는 똑떨어지는 승소율 앞에 무력하다. 플랫폼의 등장으로 업계 내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다. 동시에 대단한 레퍼런스는 없지만, 꾸준히 쌓은 평가를 기반으로 앞서가는 슈퍼스타도 쏟아진다.
앞으로 이런 플랫폼은 계속 기존 체제에 도전할 것이다. 면허 사업일수록 도전자는 먹을 게 많을 것이고, 파괴도 격렬할 수 밖에 없다. 기득권은 법이나 권위로 맞설 것이고 타다처럼 패배하는 경우도 나올 것이다. 그래도 기억할 건 하나다. 소비자의 신뢰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