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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남긴 키워드 몇가지

날짜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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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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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장난 나침반 출구조사 발표에 (구)야당은 표정이 굳었다. 수백개씩 쏟아진 여론조사 모두 넉넉히 이기고 있었기 때문. 전화면접 중심의 조사 1~2개만 맞았다고 봐야할 수준. 가장 보수적으로 나온 일부 조사 외에는 다 빗나갔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은 신이고, 여론조사는 신의 목소리. 만약 여론조사에서 박빙으로 나왔으면 정의당 완주는 어려웠고, (구)야당은 막판에 오만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 뭐든 선거 결과를 바꿀 변수였다. 후보 선출부터 많은 정책 결정에 활용하는 나침반이 고장난 게 확인됐다. 오차범위 100m인 네비게이션을 믿고 차를 모는 상황. 특히 ARS조사는 신뢰하기 어려워 보인다.
2.
상승욕구 강남·서초·송파·용산·성동. 집값이 비싼 동네 순서 그대로 윤석열 당선자의 득표율이 높다. 비싼 동네는 그러려니 해도 동대문이나 광진, 마포에서도 이긴 건 이변. 비슷하게 서울 외곽 경기에서도 재건축 이슈가 있는 곳은 비슷한 결과. 신도시나 대규모 재개발을 하면 젊은 층이 유입돼 진보에 유리하다는 통념이 있는데, 구리•하남•평택•아산 같은 일부 지역에만 통했다. 청년이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서울 신축 아파트 단지와 여기에 들어올 수 ‘없는’ 사람 사이의 계급 투표만 남았다는 것. 청년이 지금은 접근 가능한 신도시의 집값이 더 오르면 마찬가지로 보수화할 가능성도 있고. 진보 진영이 전략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을 두려워할 이유가 뚜렷해보임. 그럼 수도권의 고소득 화이트칼라 청년층의 상승욕구를 앞으로 어떻게 담아낼지가 미션이 될 듯.
3.
패키지딜 탈탈원전 공약을 넘어 원전을 실제로 지으려면 ‘어디에’ 문제가 떠오른다. 후보 때야 대충 둘러대면 되지만, 정책은 실전. 사드도 마찬가지. 신상 지르고 즐기는 건 좋지만 누가 지불할지는 다른 문제. 막연히 원전이 왜 좋은지 얘기할 게 아니라 지역을 설득할만한 패키지딜을 제시하는 능력이 필요. 청송이 교도소 추가 유치에 나선 것처럼 원전과 연구시설, 세제나 재정 혜택 등 패키지를 만들어냈으면.
4.
잘드는 칼 두려움 반 복수심 반으로 찍어준 표심을 알기에 말처럼 다 좋게 넘어가긴 힘든 상황. 이것저것 안풀리면 자연스럽게 전공인 사정에 눈이 갈텐데, 이때 잘드는 칼의 유혹에 빠질 것 같다. 현 정권도 빠진 함정이고. 하지만 잘드는 칼은 스타가 될 것이고, 검찰에 비판적인 (구)여당도 지지를 보낼거다. 더군다나 본인이 한 게 있으니 스타 칼잡이의 등장은 그야말로 가불기인 상황.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거 같지만 히틀러는 나폴레옹을 보고도 겨울에 러시아로 갔고, 현 정권도 그랬음.
5.
서사정치 아무런 정치 경험도 없고, (구)야당과 척을 진 전력도 있는 윤 당선자가 대선후보가 될 수 있었던 건 보수 진영의 서사가 완전히 박살나 있었기 때문. 계승할 스토리가 없으니 되는 사람은 되는대로 불러다 써먹는게 가능. 이질적인 집단을 동원한 새로운 연합도 만들었고. 반면 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이어지는 서사가 있고, 이게 상징자본의 거의 전부. 그러니 이질적인 비주류 후보는 이야기에 끼워맞출 각이 도저히 나오지 않았음. 이 서사를 공유하는 게 팬덤인데, 팬심이 깊을수록 폐쇄적. 이 닫힌 서사가 순순히 새로운 세력에 자리를 내줄까. 새 정부는 이런 서사가 없는 채 시작한다. 그닥 인기가 없는 인물이니 서사와 팬덤 중심의 정치라도 종식시키면 좋겠음. 드라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