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의 생애는 2부로 나뉜다. 먼저 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고객으로 삼아 몸집을 불리며 독점으로 가는 단계. 소비자만 지향하는 일반기업은 규모를 키울수록 비용도 커지고, 경쟁자도 등장해 독점이 어렵다. 반면 플랫폼은 클수록 생산자가 몰리고, 또 소비자가 많아지는 네트워크 효과를 강하게 누린다.
플랫폼은 구조적으로 독점으로 갈 수 밖에 없고, 그게 후생에도 좋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쿠팡플레이 다 한 곳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독점은 나쁘다’는 교과서의 가르침과 다른 지점이다.
독점이 되는 것도 힘들지만, 정말 어려운 건 그 후다. 플랫폼 기업의 독점은 기업이 악독해서 저지르는 횡포가 아니라 규모가 클수록 소비자 편익이 커지기에 생긴 결과다. 그래도 사람들은 너무 커진 기업이 불편하다.
더군다나 소비자와 생산자 양쪽을 모두 고객으로 상대하며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은 이해관계자가 많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가격인상은 소비자보다 생산자인 택시 기사의 역린을 건드렸다.
이제 플랫폼 기업의 미션은 ‘착한 독점’이다. 모순이고 실현 불가능한 목표다. <플랫폼의 생각법 2.0>은 수익과 분리된 ‘지향하는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독점을 용인하게 할 구호가 필요하다. 페이스북은 ‘사람의 연결을 만드는 기업’, 아마존은 ‘고객 최우선’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모든 플랫폼 기업은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 마음속엔 수익, 주가가 있어도 겉으로는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향점을 만들고 끝없이 메시지를 발신하는 미디어가 되가는 셈이다. 일에 미친 개발자에서 능숙한 로비스트로 변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러다가 도달한 희안한 지점이 ‘수익 최소화’다. 이윤이 목표인 기업이 수익을 줄이는 역설이다. 아마존은 규모에 비하면 이익이 턱없이 적다. 소비자 편익으로 돌려준다. 검색 시장을 독점하는 구글은 점차 광고료 배분을 높인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은 겨우 5.8%의 수수료를 물리려다가 포기했다. 플랫폼 기업은 커질수록 수익화는 어려워지는 역설을 겪는다.
정리하면 3가지 선택지 중 2가지만 고를 수 있는 트릴레마를 겪는다. ①기업 ②독점 ③지속가능성. ①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②독점을 하면 여론과 당국의 압박을 버틸 수 없다. ①기업으로서 ③영속하려면 독점을 포기하고 그저 그런 회사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 선택지는 ②독점을 ③오래 유지하지만, 점차 ‘수익 추구’라는 사기업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
플랫폼 기업은 엄청난 ‘사회적 책임’을 요구 받는다. 현대차는 네이버와 시가총액이 엇비슷하지만, 국감 출석 횟수는 적다. 네이버나 페이스북은 외부에 ‘독립 위원회’를 꾸려서 편집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맡긴다. 권력을 내려놓는 조치다. 빌 게이츠나 저커버그는 전재산을 기부한다고 약속했고, 온갖 기금에 돈을 낸다. 점점 사회기관에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플랫폼 기업과 사회의 공존은 가보지 않은 길이다. 그래도 먼저 간 사례를 보면 방향은 명확하다. 아이폰 이후 시작된 플랫폼 기업 1부는 어느정도 정리됐고, 2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에서만 봐도 두 빅테크 플랫폼 중 ‘착한 독점’을 누가 잘하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플랫폼의 생각법 2.0>은 국내에서 나온 책 중에 플랫폼에 대해 가장 깔끔하게 정리한 책이다. 너나 나나 모두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는 시점에 꼭 읽어볼 책. 포스팅은 책 내용에 생각도 섞여 있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