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해서웨이 포트폴리오는 크다. 산업군도 넓어 관통하는 특징을 잡기 어렵다. 그래서 거꾸로 '버핏이라면 절대 안 살 주식'을 찾아서 피해야 할 기업을 찾는 게 유용하다. 영감님이 안 살 주식을 하나 고르면 바로 조선주다.
①수주 산업은 피해라
조선주의 고통스러운 점은 수주와 실적, 주가 사이의 관계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거다. 카타르에서 10조원을 수주했다는데 실적은 엉망이고, 그런데 주가는 오르기도 하는 기이한 일이 빈번하다.
조선을 비롯한 방산, 건설, 발전 등은 거액의 수주를 따내며 시작된다. 그런데 입금은 세월아 네월아. 이걸 회계로 끌고 오면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이 따로 논다. 입금의 예측성이 떨어지니 사업 관리도 어렵다. 장부에 장난치기도 좋다.(ex 대우조선해양)
버핏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이런 식으로 거액의 수주를 따내는 사업이 없다. 이번에 추가한 TSMC는 좀 다르긴 한데,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이 거의 같이 움직인다.
②독점 기업 선호
비즈니스의 꽃은 독점이다. 버핏 포트폴리오의 상당수가 독과점 기업이다. 신용평가사 무디스, 카드업계 3대장, 애플, 철도 BNSF, 운송 UPS, 도메인 베리사인, 배터리 듀라셀, 음료 코카콜라 등. 이미 경쟁이 끝나서 바보가 아닌 한 후발주자가 덤빌 이유가 없다.
조선은 독점을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 최근 대우조선해양 합병 건에서 봤듯 외국의 반대로 독점적 지위를 갖기 힘들다. 조선업은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기 때문. 어느 나라든 다 망해가는 자국 조선소에 보조금을 주며 연명하는 건 군함이나 잠수함 제작 등 만약을 위해서다.
③주주환원에 대한 의지
국내에선 주주 환원을 '착한 대주주의 의무' 정도로 받아들이지만, 진짜 중요한 이유는 ROE 때문이다. 영업이익을 더 올릴 구멍이 있으면 주주에 돌려주지 않아도 좋다. 그런데 돈을 써서 더 벌 방법도 없이 쌓아두면 ROE가 뚝뚝 떨어진다. 그럴땐 차라리 주주에 돌려줘야 하는거다. (ex 광주신세계)
주주환원을 위해선 3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국가 제도가 주주 환원에 친화적이어야 한다. 대주주가 유보하지 않고 배당을 선택할만한 세제가 필요하다. 기업 관점에선 산업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 현금흐름이 안정되어야 한다.
일단 조선소는 현금흐름 예측력이 0에 가깝고, 대주주는 배당할 이유가 전혀 없다. 또한 돈을 쌓아둔다고 해서 돈을 더벌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니 떼돈을 벌어도 쌓아둔 채 ROE만 뚝뚝 떨어지곤 한다.
④무거운 산업은 피해라
무거운 산업의 문제는 번 만큼 투자해야 한다는 점. 돈 버는데 돈이 많이 들면, 다시말해 장비가 많이 필요하면 감가상각이 크다. 10조원 짜리 반도체 설비라면 앉아서 1조원씩 까먹는 셈. 반면 코카콜라 공장은 30년이 지나도 레버만 돌리면 검은 물이 나오는 산뜻한 비즈니스다.
조선소는.. 이 문제에선 말 보탤 것도 없다. 벌면 장비 들이고, 새로운 기술 개발하면 또 장비 들이고. 도크가 노는 순간에도 돈이 세어나가는 산업.
사실 이런 관점에서 버크셔가 반도체에 투자할리가 없다는 전망이 많았다. 어쨌든 큰 투자를 했으니, 이제는 TSMC과 과점 사업자로서 지금까지와 같은 무리한 투자가 필요없는 지위에 올랐다고 판단한 건지. 이건 지켜볼 문제다.
⑤파업탄력성
버크셔의 포트폴리오를 쭉 보면 노조나 파업 문제가 불거질 기업이 거의 없다. 파업하기 좋은 조건은 1) 한 병목에서 막히면 멈추는 사업 구조 2) 노동자의 동질성이 높고 3) 사업의 특정 거점이 분명한 경우다.
조선소는 파업하기 좋은 교과서적 사례다. 컨베이어 구조라 어느 부분에서든 막기 좋다. 조선 노동자는 대체로 비슷한 노동, 생활 환경과 문화를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사업의 핵심은 조선소 한 곳에 있다.
버핏이 좋아하는 애플이나 금융주, 에너지, 반도체 등은 조직된 노동자의 영향력이 매우 적다. 대체로 노동이 아닌 자본으로 굴러가는 비즈니스다. 버핏은 자본가의 전형이다. 노동의 '방해'를 받지 않으며 다른 자본과 싸우지 않는다. 알토란 같은 자본이 세월의 풍파에 깎이지 않게 보듬는다.
한국 주식의 상당수는 열거한 문제의 상당수(혹은 전부) 안고 있다. 제도마저 대주주 외에는 사람 대접을 하지 않는다. 여러모로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그러니 맘편히 미국 인덱스 투자합시다.
인사이트 및 광고 보기
모든 공감:
219Hanjae Kim, 권승준 및 외 21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