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엄마'의 출현이 주목받던 때가 있었다. 학부모를 꽉 잡아 학원에 많은 학생을 유치할 능력이 있는 엄마를 부르던 말이다. 몇몇은 수십 명의 학생을 움직이며 학원가 판도를 바꿨다. 아예 유명 강사를 고용해 학원을 차리기도 했다.
돼지엄마 현상이 흥미로운건 유명 강사가 여럿 등장하고 주요 학원가가 자리를 잡은 이후에 나타난 점이다. 좋은 학원 자체가 귀하던 시절에는 잘 가르치는 강사를 쫓아 학생이 몰렸다. 하지만 시장이 자리 잡은 뒤에는 돼지엄마의 입김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산업이 공급이 차고 넘치는 성숙기에 접어들면 권력은 소비자와 닿는 라스트마일을 쥔 '컨택터'로 옮겨간다. 감 좋은 디자이너가 흔해지면 유명 편집샵이 뜨고, 맛있는 수입산 식품이 흔해지면 매대를 잡고 있는 마트가 권력을 쥔다. 너댓개 뿐이던 신문이 흔해지니 주도권은 포털로 넘어간다.
오늘날 라스트마일을 잡고 있는 게 플랫폼이다. 예전엔 유능한 성형외과 의사가 귀하니 알음알음 찾아갔지만, 지금은 강남에 흔하고 흔하다. 이젠 그들을 쥐고 있는 강남언니를 켠다. 영감님 소리 듣던 변호사가 흔해지니 이젠 로톡이 평판을 좌우한다.
플랫폼의 부상은 사회가 풍요로워진 결과다. 흉년이 들면 농부가 갑이지만, 먹을 게 남아돌면 유통업자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같은 이치. 경제 발전의 수레바퀴가 갑자기 거꾸로 돌아서 개발도상국 시절로 돌아가지 않는 한 플랫폼 경제의 확대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외엔 어쩌나 싶은 얘긴데, 대다수 개인과 기업이 살아남는 방법은 직접 고객과의 접점을 쥐는 것. 다행히 지금은 외부 매체를 통하지 않고도 소비자와 직접 닿을 방법이 아주 많다. 즉 모든 기업과 개인은 직접 콘텐츠를 발산하는 미디어가 돼 소비자와 연결해야 프리미엄을 인정 받는다.
정리하면 성숙한 경제에선 플랫폼과 니치한 브랜드를 구축한 개인이 아니면 플랫폼에 종속돼 최저 마진을 남긴다. 고숙련 개발자처럼 공급이 적은 일부 노동자를 빼면 누구나 플랫폼에 종속되는 걸 피하기 어렵다.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하면 플랫폼 날품팔이를 면하기 쉽지 않다.
결론은? 누구든 되든 안되든 미디어가 되어야 함. 기술은 모두에게 그 길을 열어준지 오래. 소셜미디어나 브런치, 유튜브 채널은 이제 새로운 통장이다. 변변한 채널이 없다는 건 통장도 없는 사람으로 사는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