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논제를 설정하지 못하면 좋은 토론도 없다. 지루한 타다 문제가 그렇다. 택시를 타본 사람은 누구나 말을 보태지만 지금도 제대로 감을 잡기 어렵다. 승차거부로 시작한 문제가 친절한지 아닌지로 갔다가 근로기준법 문제로 튀었다가 면허값으로 오르락내리락한다. '택시기사가 밉다'와 '법이나 지켜'가 중간 정리 결과다.
타다 문제의 본질은 면허다. 쥐어 짜든 무슨 수를 썼든 일단 택시에 비해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은 건 ok. 반대편에 불친절한 택시가 남아있는데, 이들이 존속하는 이유는 면허 때문이다. 다른 시장이었으면 퇴출될 상품이 남이있는 상황의 밑바닥에는 면허가 있다.
그럼 면허란 무엇인가. '신뢰'다. 길에서 남이 모는 차에 몸을 믿고 실을 수 있도록 하는 보증이다. 이걸 믿고 타라는, 국가의 권위로 내준 보증이다. 면허의 가치는 결국 국가가 독점하는 신뢰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 지 나타낸다.
수년 전에는 이 기능을 국가만 할 수 있었다. 면허 시험을 보고 교육을 이수하면 신뢰를 부여한다. 이제 기술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타다가 한 게 대체 뭐냐, 고 묻는다면 사람들이 국가의 보증보다 신뢰할 만한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신뢰이동>에는 공유경제의 3단계 과정을 '아이디어-플랫폼-신뢰 형성'으로 나눈다. '겨우 앱으로 차랑 사람 이어주는게 무슨 혁신'이라는 비판은 플랫폼만 갖춘 기업에 적용된다. 타다는 그 위에서 '신뢰'까지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부르면 제때 올까' '불친절하진 않을까' '불쾌한 일을 당할 때 책임져 줄까' 3가지는 신뢰의 문제다. 원래는 국가의 보증(=면허)가 해야하지만 잘 해결하지 못했다. 타다는 알고리즘과 성공적인 차량 투자로 해결했다. 별점은 정보비대칭을 해소했다. 이 별점을 믿는 것도 타다를 믿기 때문이다. 타다는 '신뢰'를 면허에서 플랫폼으로 빨아들였다. 신뢰는 이제 플랫폼에 있다.
따라서 국토부가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기업에 면허를 온전한 값을 주고 사라는 건 강매다. 면허는 종이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신뢰가 본질이다. 타다는 이미 기술투자로 신뢰를 만들었는데, 이 값을 또 치르라는건 과하다. 이미 시장이 흡수한 재화의 가격을 국가가 강제하면 지대가 된다.
하지만 또 다른 역할이 있기 때문에 완전히 면허를 부정할 순 없다. 면허는 공급 통제 수단이다. 먼저 길에 너무 많은 차량이 나오면 혼잡이 커진다. 오염도 비용이다. 우버를 허용한 미국 주요 대도시가 차량 대수를 규제하기 시작했다. 택시 문제가 복잡한 이유다.
또 하나는 가격 통제다. 정부는 면허를 내는 대신 택시 가격을 낮게 묶어 둔다. 면허가 수천만원의 가치를 가진 건 부당함을 감수한 기사에게 보상을 주기 위한 점도 있다. 가격을 묶어놓는 대신 경쟁자 수를 제한해주겠다는 약속이다.
정리하면 '면허=1)신뢰+2)공급 통제+3)가격 통제'다.
신뢰를 이미 확보한 타다한테 면허값을 모두 치르게 하는 것도 횡포고, 통제의 대가로 값을 낸 기사의 면허 가치를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것도 권리 침해다. 자신의 보증에 대해 국가는 책임이 있다. 시장의 비효율을 해소하려면 1)신뢰의 가치를 잃은 면허는 구입해서 거둬들이고 3)가격 통제는 풀면서 2)공급 통제를 위한 다른 면허를 관리해야한다.
마치 돈처럼 신뢰가 오간다 생각하면 지금 벌어지는 아리송한 '공유경제' 논란이 정리된다. 플랫폼이 신뢰를 충분히 흡수했는지가 본질이다. 에어비앤비는 '모르는 사람 집에서 잘 수 있는' 신뢰를 만들었지만, 위워크의 플랫폼에서는 사무실 임대만 오갈 뿐 신뢰는 거래되지 않는다.